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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몇 살 정도(실제 알아보니 5살이었습니다.) 많으신 그러니까 30대 중후반의 젊디젊은 스님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혼이 담긴 계란은 바위를 깨트릴 수 있다”
누구나 아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속담을 뒤집는, 혹은 그 속담과 상식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듯한 말씀을 전하는 이 스님의 눈빛은 매서웠습니다.
그는 조선왕실 의궤 환수위원회 사무처장을 맡은 혜문 스님이었습니다.
혜문 스님은 지난 2006년 조선왕조실록을 일본 도쿄대로부터 돌려받는 성과를 이룬데 이어 이번 의궤 반환에도 중추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와 그의 동지들이 싸웠던 상대, 협상했던 상대는 바로 일본 최고의 지성인 도쿄대와 일본의 정신적 지주인 일왕궁이었습니다.
일개 민간단체가 정부가 포기한 문화재 반환을 문제제기를 통해 끝까지 일본에게 반환을 요청한 사건은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계란에는 진정으로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혼이 들어가 있었고 반드시 문화재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념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혼과 신념이 오랜 시간을 두고 숙성되어 결국 커다란 바위를 깨트릴 수 있었습니다.
조선왕실의궤 1205책은 89년 만에 ‘한일도서협정’으로 고국에 돌아옵니다.
혼(魂).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사람의 몸 안에서 몸과 정신을 다스리는 비물질적인 것.
결국 핵심은 물질이 아니지만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나 에너지라는 말 같은데요.
그게 커다란 바위도 깨트릴 힘을 주고 엄청난 어려운 목표도 이룰 수 있게 한단 말입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기적같은 사례들이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혼을 담아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만한 에너지를 담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고달픈 경우가 많고, 소모적이고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때도 많은 것이 현실이니까요.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직장에서 사소한 업무를 추진할 때 혼을 담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 인생에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어떤 ‘사건’에 마주한다면 반드시 혼을 담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계시다 제 때에 이 혼을 사용해 보세요.
힘들 때 사주팔자에 의지하거나 운명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리고 저 역시 이런 체념을 마음 편하게 하는 방법쯤으로 알고 종종 사용하고 있지만 이 보다 혼과 신(身)을 담은 노력으로 문제와 한 판의 큰 씨름을 벌이고 당당히 맞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겁이 나서 그렇게 덤비는 사람에게는 운명의 신도 장난질을 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여러분 앞에 놓인 바위를 깨뜨리시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