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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폭염·가뭄 이겨낸 제주 구좌당근 “새해 식탁 풍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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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5. 01. 12. 11:46

도·농협 등 취수용량 등 늘리는등 긴급대책으로 작황좋아
본격출하철 맞아 품질좋고 가격 안정세에 농민들 함박웃음
주스, 깍두기, 수제비로 인기…특히 흑돼지 잡내에 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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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구좌올레향 당근 출하 박스를 운반하며 출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위). 당근은 3번의 세척과정을 거친다(아래 왼쪽). 출하용 개별포장을 하고 있다./부두완 기자
지난해 8월 까지만해도 제주도 구좌읍 당근 농가는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과 폭염, 해풍으로 인해 매우 힘든 상황이였다.

하지만 구좌 농민들과 지역농협 등 각고의 노력으로 본격 출하철을 맞은 요즘 당근 작황이 좋아 비교적 순조롭게 출하되고 있다.

지난 8일 구좌농협유통센터와 당근가공공장 등을 찾았다. 이곳은 제주당근의 20%를 세척해 전국 각지로 출하한다. 컨베이어벨트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올해 출하 상태와 가격에 대해 묻자 윤민 구좌농협 조합장은 올해 "당근가격은 안정세다. 특히 맛과 향은 예년보다 좋다.다만 생산량은 조금 줄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전국 당근 생산량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이 가운데 구좌읍이 최대 산지이다. 당근은 11월 부터 출하를 시작해 다음 해 3월까지 수확하는데 1월 출하가 가장 활발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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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세척해 실온에서 5일 보관한 당근을 직접 착즙해 내놓은 올레향 구좌당근주스. 착즙전 흐르는 수돗물에 가볍게 헹궈 주고, 뿌리 윗 부분과 아래 부분을 각각 1cm정도 잘라낸다. 그리고 몸통껍질을 사진처럼 벗겨내야 맛과 향이 좋고 부드러움이 유지된다. /부두완 기자
노지 밭에서 한겨울에도 출하되는 작물은 구좌 당근이 유일하다고 윤 조합장이 자랑했다.

아시아투데이는 세차례에 걸쳐 구좌 당근현장을 집중보도했다. 이후 도지사, 도의회, 농어촌공사 관계자들이 지역을 방문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구좌지역은 월동농작물 중 당근이 70%를 차지한다. 그래서 출하시기에는 농가, 농협, 행정기관, 도의회 등은 생산량과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김경학 도의원은 "지난해 가뭄과 폭염으로 인한 열대야 현상으로 물부족이 심각했는데 도와 농어촌공사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법을 찾았다"며 "그 덕분에 요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은 물부족 방어전략을 짰다. 취수탑 용량을 늘리고 시설 또한 늘리기로 했다. 농업용수 관장 지름크기를 확대하는 것도 차근차근 진행시키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도 진일보했다. 이전까지는 농사비용 일부만 보전했는데 올해는 전액을 보상받았다.

구좌읍 상도리 당근 농가 정모씨는 "농협 직원들의 도움으로 보험 가입을 늘린것이 농가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도 보험혜택을 톡특히 봤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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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으로 배송될 당근박스가 대형트럭에 실려있다./부두완 기자
구좌농협 강인봉 상임이사와 부두정 신용 상무는 "올해도 다양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철저히 준비해 농민들이 웃을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농협유통센터 이태길 부장장은 "올레향 구좌당근은 지역의 우수한 화산회토 토양에서 적당한 온도와 수분으로 재배해 형태가 곱다. 특히 육질은 부드러우며 색깔 또한 선명하고 맛과 향이 탁월하다"고 자랑했다.

현장에 동행한 김경학 의원은 "제주의 기상 조건에 맞게 겨울에도 출하가 가능한 전국 유일의 노지 월동작물"이라고 치켜 세웠다.

현장은 전국 농협하나로 마트와 대형마트 납품준비로 매우 바빴다. 지난해 여름 혹독했던 기후를 이겨낸 탓인지 당근과 무를 세척하고 포장하는 현장 농민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당근은 싱싱하고 맛깔스러웠다. 그리고 트럭에 실려 육지로 나가는 구좌당근은 마치 '용감한 전사/처럼 느껴졌다.

8일은 마침 전국 농협하나로마트로 출하하는 날이였다. 현장을 찾은 농협중앙회 강우식 제주시 지부장 일행이 현장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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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겹살 구이와 함께 당근을 곁들여 구워먹으면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오겹살에 올레향이 베어나 돼지고기의 특유의 잡내도 잡아낸다./부두완 기자
즉석 간담회가 이루어졌다. 당근주스가 차 대신 나왔다. 향기 그윽한 당근주스는 목넘김이 부드러웠다. 과일주스만큼 당도도 느껴졌다. 그리고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태길 부장장은 "당근 잎사귀가 있던 윗 부분과 당근 끝 부분을 약 1㎝ 정도 잘라내고 껍질을 벗겨내 착즙해야 한다. 특히 착즙과 동시에 냉동 보관하면 오랫동안 변하지않고 맛과 색깔을 유지한다"고 팁을 알려줬다.이런 특성 때문에 구매자들의 재구매율은 90%가 넘는다고 전했다.

김경학 도의원은 "구좌당근은 다른 지역 생산품이나 수입품과 비교하면 품질차이가 크다. 구좌지역의 토양은 30년 넘도록 연작을 해도 같은맛을 유지한다. 이유는 제주도의 물과 토양때문이다.특히 당도는 브릭스 10을 육박해 흙에서 생산되는 과일"이라고 거들었다.

김녕리에서 11년째 구좌당근을 수매해 도내 식자재 매장에 공급하는 제주팜스 김주현 대표는 "구좌의 토양은 냉장조건을 갖춘 천연 냉장고다.온도·습도·햇빛을 다 갖춘 조건은 5개월간 천연 냉장고 역할을 한다"며 "특히 공기층과 땅이 부드럽다. 그래서 뿌리식물이 즙과 당분, 영양가가 많은 이유다 그리고 냉장시설에서 0도에 맞춰, 습도를 맞추면 1년간 유지가 된다"고 말했다.

구좌 사람들은 당근을 착즙해 주스이외에도 당근수제비, 만두피를 만들고 그리고 무처럼 깍두기를 만들어 먹는다. 특히 당근 수확철에는 당근밭에서 장작불로 당근을 구워먹는다.

한 마을 주민은 "매우 달달하다. 그리고 오겹살구이와 함께 불판에서 당근을 구워 곁들여 먹으면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잡아내 특별한 맛이 있다"고 했다.

유럽에서도 어린이들이 당근을 꽂이에 꽂아 구워서 먹는 오래된 흑백사진을 볼 수 있다.

구좌농협 홍보관에는 '몸이 훈훈해진다' 쓰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당근(Daucus carota L)의 학명중 Daucus는 희랍어에서 유래된 말로 종자를 먹으면 몸이 훈훈해진다는 데서 유래가 되었다고 적혀있었다.

당근은 발아 시기에 매우 민감해 자연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해풍에 의해 한순간에 작물이 죽는다. 타들어가는 목마름속에서 고생했던 농가들을 생각하니 한잔의 올레향 당근주스는 먹기가 송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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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구좌농협 방문시 침통한 표정과 달리 직원들 표정이 화기애애 하다. 왼쪽부터 부두정 신용상무, 김경학 도의원, 윤민 구좌농협조합장, 강인봉 상임이사./부두완 기자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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