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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조 투자 中 실리콘밸리 슝안 유령도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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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4. 11. 27. 13:58

슝안 신도시는 베이징에서 1시간 거리
베이징 대체, 경제 견인차 당초 목적 실종
역대급 부동산 거품, 내수 침체가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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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베이징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허베이성 슝안신구의 입구 전경. 유령도시로 전락한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활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신징바오.
중국이 최소 2조1000억 위안(元·405조 원) 이상을 투자해 조성한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슝안(雄安)신구가 거의 대부분 인프라가 완공됐음에도 도심이 텅텅 비는 유령 도시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현재 분위기로 미뤄볼 때 상당 기간 이런 비관적 상황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슝안신구는 베이징과 톈진(天津)에서 약 1시간 거리인 허베이(河北)성 소재의 작은 농촌으로 지난 2017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신도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당초 목적은 베이징의 수도 기능을 상당수 대체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이왕 개발하는 김에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주변의 첨단 기업들을 유치, 초대형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대두하면서 중국판 실리콘밸리 구축 프로젝트의 추가 추진 역시 확정됐다. 이후 슝안신구 프로젝트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사실상 아이디어를 냈던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었다.

현재 각종 오피스 빌딩을 비롯해 주거 단지, 대중교통, 학교와 유치원, 상점과 레스토랑 등 신도시의 하드웨어는 이미 대부분 갖춰졌다고 봐도 좋다. 디지털 기반 시설 역시 완벽하게 구축돼 베이징과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전국의 다른 주요 도시들과 연결돼 있기도 하다. 지금 당장 최상의 조건을 갖춘 신도시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200여개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자회사를 이곳에 일찌감치 설립해 놓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베이징의 유수 대학들이 캠퍼스를 설립할 계획을 마련한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슝안신구는 세계가 부러워해야 할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모범 사례가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눈으로 살펴볼 경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현지에 등록된 공식 인구가 무려 120만명에 달하는데도 도심에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이상하다. 그렇다고 주변의 아파트 등이 입주민들로 꽉 차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가 통채로 비어 있는 반대의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한마디로 공동화돼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르포 기사에서 "이 상태라면 슝안신구는 미래가 불투명한 유령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 것은 진짜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의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슝안신구가 이처럼 비참한 상황으로 전락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수도로서의 베이징이 갖는 매력을 슝안신구가 대체하지 못하는 현실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베이징과 톈진에서부터 이어져야 할 촘촘한 교통망의 부재 역시 거론해야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역시 부동산 거품의 붕괴, 도무지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내수 경제 침체가 아닌가 보인다. 이런 부정적 요인들로 인해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니 슝안신구가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면서 자족 기능을 갖췄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기는 해도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출범 초기에만 해도 각광을 받았던 슝안신구의 운명이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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