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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어야 한다. 후원자의 호의에 의존하는 팻 스포츠가 아니라, 자체 수익을 내는 당당한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 축구판에 자금이 몰리고 투자 증가→산업규모 확대→이익증대의 선순환이 속히 일어나기를 바란다.
당장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는 시장 확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산업 규모 면에서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시장을 과감하게 개방한 결과다. 투자 가치를 증명하자 중동, 러시아, 동남아의 자본가들이 거액을 들여 구단을 매입했다. 세계 각국의 선수들도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PL은 잉글랜드가 본거지지만, 소비지역은 그래서 지구 전체다.
우리도 시장을 확대하면 어떨까. 동남아의 축구 열기는 상상 이상이다. 젊은 인구도 많다. K-팝 못지않게 K리그도 선망의 대상이다. '월드컵 4강' 신화는 '프라이드 오브 아시아'다. 동남아 선수 여러 명이 K리그에서 뛰었지만 스타급 족적을 남긴 선수는 아직 없다. 프로축구 초창기 1985년 K리그 득점왕과 도움왕을 석권한 태국의 피아퐁 피우온이 있었지만 당시의 산업 환경은 지금과 판이하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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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그리너스(2021~2022), 전남 드레곤즈(2023)에서 3년간 활약한 '인도네시아의 박지성' 아스나위는 안산 입단 당시인 2021년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50만이었다. 안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5000 정도였는데 그가 입단한 첫날에만 1만명 넘는 인도네시아 팬들이 가입했다. 인도네시아 스포츠 전문매체 TSB는 당시 K리그 전체 중계권을 구매해 아스나위 경기를 정규 방송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K리그 관중 대폭발이 그때 일어났다면, 아스나위의 상품성과 파급력은 어마어마했을 터이다. 그의 일상생활을 담은 브이로그 등 무궁무진한 파생상품도 만들 수 있었을 터이다.
'박찬호 시대'에 우리는 메이저리그 야구만이 아니라 미국문화 전체를 소비했다. '손흥민 시대'인 지금은 영국이라는 나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K-팝 과 K-드라마의 수출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면 K리그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