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에 동양 75%·ABL 100% 취득
은행 의존형 수익 구조 변화 기대
계열사 시너지 효과·주주가치 제고
업계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당시 목표한 '비은행 부문 강화'가 팔부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보험사 인수합병 승인이 연내 이뤄진다면 내년에는 우리금융 보험사가 공식 출범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그간 은행과 카드, 캐피탈 등만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이 내년에는 증권과 보험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게 되면서 실적 성장세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우리금융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 인수가액은 총 1조5493억원이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각각 인수하기로 했다.
동양생명은 국내 22개 생보사 중 수입 보험료 기준 6위 규모의 보험사다. 지난해 총자산은 33조원, 당기순이익은 2000억원을 기록했다. ABL생명은 업계 9위 수준으로 지난해 기준 총자산 17조원, 당기순이익은 800억원이었다.
우리금융은 중국다자보험그룹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빠르게 인수 협상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다자보험 측이 원하는 매도 시기에 우리금융이 인수에 나서면서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은 지난 5월 두 생보사의 최대주주인 다자보험과 본격적인 인수 협의를 진행, 6월에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독점적 협상 지위를 확보한 뒤 현장 실사를 벌였다. 2개월 동안 회계, 법률 전문가들이 참여해 실사하며 기업가치를 산정한 이후 다자보험 측과 협상을 거쳐 이날 주식매매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현재 90%가 넘는 은행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보험사 인수 후에는 80%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 의존도 개선으로 주주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각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우리금융의 리테일 고객 2000만명을 증권 고객으로 유입시켜 영업 극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연말께 우리은행의 '뉴 원 뱅킹'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연결하는 슈퍼앱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 외에 우리은행의 VVIP채널과의 연계도 검토 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자기자본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증권업계 18위다. 발행어음과 투자은행(IB), 리테일 등 영업을 통해 5년 내 초대형 IB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10년 만에 증권업 재개에 이어 내년부터는 보험업까지 영위하면서 비은행 부문 강화라는 숙원사업을 해결하게 됐다. 내년 우리금융의 보험사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면 각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보험사 인수로 우리금융이 종합포트폴리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당국의 승인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낙관하지 않고 인수합병 준비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임 회장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임원을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열고 "국민들과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부정대출과 관련해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날 우리은행에 검찰 압수수색이 있었다"며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 조사와 함께 수사기관의 수사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조사에 대해 숨김없이 모든 협조를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와 대안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올바른 기업문화 정립을 위한 심층적인 대책 강구에도 주력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