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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토끼로 불리는 中 미투, 자유 향한 거대 행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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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4. 07. 23. 14:21

런민대 여 박사과정 왕디 미투 반향 폭발
가해자인 왕구이위안 지도교수 즉각 해고
베이징 경찰은 사건 철저 수사 의지 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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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로부터 지속적 성희롱을 당했다면서 미투에 나선 런민대 문학원의 박사과정 학생 왕디. 실명을 증명하는 학생증까지 폭로 영상에서 보여주기도 했다./베이징칭녠바오.
그동안 쌀토끼(米兎)라는 은어로만 부르면서 모두가 쉬쉬했던 미투(나도 당했다·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고발)가 중국에서 마침내 공론화의 장(場)으로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쌀토끼가 드디어 토끼장을 박차고 나와 자유를 향한 거대한 행보를 시작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중국도 사람 사는 세상인 만큼 위계(位階·사회, 정치적 계급)에 따른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결코 희귀한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23일 보도를 종합하면 실제로 오랜 세월 무수히 자행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심지어 사찰 같은 곳에서도 주지 등이 비구니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자행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그러나 공론화된 경우는 완전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그러다 2017년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의 바람이 중국에도 상륙하면서 상황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에서 미투가 빈발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의 정치권까지 발칵 뒤흔든 만든 대표적인 케이스를 꼽을 수도 있다. 세계적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8)가 장가오리(張高麗·78) 전 부총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2021년 연말에 폭로한 사건이다.

이후 펑의 미투는 중국 뿐 아니라 세계를 그야말로 벌집 쑤신 것처럼 만들었다.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가 중국 내 대회를 보이콧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사실만 봐도 좋다. 그럼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엇보다 장 전 부총리가 아직까지 건재하다. 반면 펑은 대중의 눈에서 사라졌다.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미투가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좌절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 런민(人民)대학 문학원의 한 박사과정 여학생인 왕디(王迪)가 자신을 2년2개월여 동안이나 지도해온 왕구이위안(王貴元·65) 교수로부터 지속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의 전개 과정을 보면 그래도 나름 희망을 가져도 괜찮을 것 같다.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왕은 왕 교수로부터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속적인 신체·언어적인 성적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연히 성적 접촉 만큼은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자 왕 교수는 2년이 넘는 시간 무보수로 많은 일을 시킨 것도 모자라 툭하면 질책의 대상으로 삼고는 했던 왕이 학위를 받지 못하게 막겠다는 협박을 가했다.

도저히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왕은 결국 21일 왕 교수와 나눈 문자 메시지와 그동안 수집한 녹음 파일 등의 온갖 증거들을 1시간 짜리 영상으로 편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에 올리는 강수를 뒀다. 미투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왕의 폭로는 곧 웨이보에서의 관련 해시태그가 1억회 이상이나 조회될 만큼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영상도 200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런민대학으로서도 이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바로 사건 경위 조사에 들어가 모든 것이 사실임을 확인하고는 22일 왕 교수를 해고했다. 또 관할 지역의 경찰에 그를 형사 고발했다. 경찰 역시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왕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미투가 이처럼 의외의 성과를 거두자 중국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환호하고 있다. 내친 김에 그동안 흐지부지됐던 펑솨이의 미투 등과 관련한 진상을 다시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하고도 있다. 중국의 당정 고위층들을 비롯한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지금 베이징 외교가에 나도는 것은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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