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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은 이날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광주FC와의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달 30일에만 해도 대표팀 감독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던 홍 감독은 이날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다"며 일주일 사이에 마음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홍 감독은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서 "새 팀을 정말로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 나를 버렸다. 난 없다. 이제 (내 안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이렇게 마음을 바꾸게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지난 5일 밤 홍 감독을 만나 감독직을 제안했고, 홍 감독은 다음날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감안해도 한국 축구 '레전드'인 홍 감독이 대표팀을 다시 맡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때처럼 절차가 불투명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축구협회와 홍 감독이 모두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적 질타 속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이후 5개월이란 시간 동안 두 번의 임시 감독 체제를 거치며 외국인 감독을 찾겠다고 나선 축구협회가 결국은 급작스럽게 홍 감독을 찾은 데 대해 비난이 크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울산 팬들은 수위 높은 문구가 쓰인 막을 들고 홍 감독을 비판하기도 했다.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 것과 리그 선두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을 갑자기 떠나는 것에 대한 분노가 터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이날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 내내 주로 벤치에 앉아 있었고 울산은 광주에 0-1로 패했다.
팬들의 반응에 대해 홍 감독은 경기에 앞서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분들의 감정이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울산 현대를 이끌면서 2022년 17년 만의 우승을 달성했고 지난해 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