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로 진실 밝혀져…철회돼야"
국민의힘서 8명 이탈표 나와야 통과
與전당대회 23일 이후 재표결 전망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채상병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법률안 재의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8번째이며, 법안 수로는 15건째다. 채상병특검법에 대해선 2번째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실은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특검법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헌법적, 반국민적 망동"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위헌 요소가 가득한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면서 "민주당은 안타까운 해병 대원의 희생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채상병특검법은 이제 재표결 수순을 밟게 됐다. 여야가 또다시 표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표결을 둘러싼 여야의 수싸움도 복잡하다.
국회법에 따르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이 처리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은 300명이 전원 출석할 경우 200명이 찬성해야 법안이 통과되는 구조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의석수는 192석, 국민의힘은 108석이다. 특검법이 재의결되려면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표 계산이 이처럼 단순하진 않다. 일부 여당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가결에 필요한 의석수도 적어진다. 이 경우 범야권 의석만으로도 과반 출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표결 불참' 전략을 쓸 수 없다. 최대한 많이 출석해 반대표를 던져야 가결을 막을 수 있다.
여야는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두고도 고민에 빠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초 특검법을 채상병 사망 1주기(7월 19일) 전에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던 만큼 재표결 역시 그 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최근엔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오기 쉽지 않은 만큼 재표결 시점을 오는 23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도 전당대회 이후 재표결을 바라는 눈치다. 그 전에 재표결이 이뤄질 경우 이탈표 향방을 둘러싸고 '배신자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당대표 후보들 간 신경전도 가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의사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마당에 당 내부적으로 재표결 시점을 정하는 게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