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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방학에 더 바쁜 대학생…“계절학기·자격증·스펙관리에 숨 막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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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윤 기자

승인 : 2024. 07. 13. 09:00

"새벽에 나와 자정에 귀가…고등학교 야간자습 연상케 해"
"생활비·등록금 위해 알바하지만 스펙 뒤쳐질까 걱정돼"
대학생 70% 방학 알바 계획, 어학·자격증 계획도 각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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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A 사립대학 캠퍼스 내 공용공간이 방학기간임에도 공부하는 학생으로 가득 차 있다. /김서윤 기자
"고3 수험생 시절로 돌아온 기분이에요. 매일 아침 6시면 집에서 나와 밤 9시까지 학교에 머무는데, 야간자습하는 것 같아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소재 A 대학교에서 만난 러시아어학과 재학생 박모씨(23·여)는 방학임에도 교재를 읽고 있었다. 박씨는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는데 제때 졸업하려면 계절학기를 수강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계절학기는 방학 중 대학생들이 단기로 특정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박씨는 "많은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복수 학위를 취득한다"며 "그러려면 많은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계절학기를 듣지 않으면 제때 졸업 못한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매일 아침 6시면 경기 안산시 위치한 집에서 나와 약 50km 떨어진 A 대학으로 향한다. 하루 이동에만 왕복 총 5시간을 쓴다. 박씨는 오전 9시께 캠퍼스에 도착해 밤 9시까지 한나절을 수업을 듣고 그 내용을 예·복습하며 보낸다. 박씨는 "계절학기는 하루 3시간씩 주 5일 진행된다"며 "시험 두 번에 팀 과제도 있어 주말에도 못 쉰다"고 푸념했다.

계절학기는 이번 주면 끝이지만 숨 돌릴 틈 없다. 무역회사 취업을 계획 중인 박씨는 "요즘 취업시장은 살얼음 판"이라며 "학점·외국어·인턴경험 등 완벽히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그래도 부모님께 도움을 받고 있어 다행"이라며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를 병행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B 대학에서 만난 신입생 김모씨(20·여)는 "방학 중 부산 본가로 내려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처 입시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씨는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하려면 방학에 한푼이라도 더 모아야 한다"며 "부모님 지원으로 돈 걱정 없이 자격증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며 울상을 했다. 김씨는 "동기들 모두 신입생이지만 벌써 대외활동이나 영어 회화 공부, 컴퓨터 활용 능력 시험 준비를 한다"며 "방학 중 풀타임 알바를 하면 스펙을 갖추지 못해 취업에 불리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몬'이 지난달 14일 공개한 '대학생 여름방학 계획 조사' 결과는 1위 아르바이트(70.7%), 2위 외국어 시험 공부(30.8%), 3위 전공 자격증 취득(29.4%)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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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소재 B 대학 공용공간이 방학기간임에도 공부하는 학생으로 가득 차 있다. /김서윤 기자
A대학 관계자는 "방학에도 대학생들이 계절학기, 자격증 공부 등으로 많이들 학교에 나온다"며 "특히 국가 공인 자격증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방학이란 개념이 따로 없고 공부가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 밖에서도 인턴이나 대외활동, 공모전, 교환학생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대학생이 가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대학생에게도 진정한 여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성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취업시장 속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며 "더 나은 스펙을 갖추려 많은 대학생이 자격증 시험 등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생도 알바·공부·취업준비 등에서 벗어나 여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경쟁이 줄고 좋은 일자리는 늘며 대학생들의 학비·생활비를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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