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보다 하이닉스 조정 가능성 커
증권업계에선 고점에 대한 부담과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연초 대비 160% 넘게 오른 만큼,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돼 조정을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정 가능성이 부각되자, 향후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의 주가 흐름에도 관심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보다도 그동안 엔비디아 주가와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였던 SK하이닉스에 대한 조정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다만 기업의 펀더멘털 회복 신호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상방압력은 크다는 분석이다.
23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3.22% 내린 126.57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날 3.54% 떨어진데 이어 이틀 연속 3% 대 하락하자, 18일 올랐던 시가총액 1위 자리에서 3위로 내려왔다.
그동안 거침없이 오름세를 유지한 엔비디아가 급락하자, AI 반도체 관련주로 함께 관심을 끌었던 브로드컴(-8.15%), 퀄컴(-6.48%), 마이크론 테크놀로지(-9.25) 등도 이틀 째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는 뉴욕증시에서 주가 지수와 개별 주식 선물·옵션 파생상품 만기일이 겹치는 '네 마녀의 날'(21일)을 앞두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네 마녀의 날'은 매년 3·6·9·12월의 세 번째 금요일에 해당하는데, 이 기간 동안 투자자들이 만기가 다가온 파생상품 계약을 청산하고, 새로운 계약을 맺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은 일시적으로 수급 변동성이 커진다.
증권가에선 그동안 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치솟았던 만큼, 고점 부담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엔비디아 주가는 연초 대비 이날까지 164% 급등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이후 단기간에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고점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담도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이어진 배경이다.
또 이번 계기로 엔비디아 주가가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의 주가 흐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혔던 SK하이닉스에 대해선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실제 엔비디아 주가가 약세를 보인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96%, 1.47% 하락 마감했다. 다만 회사의 펀더멘털 개선세가 가시화되고 있기에, 추후 상승 가능성은 높다는 판단이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닉스는 미국 테크들과 연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 흐름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실적 측면에서 보면 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잘하고 있고, 현재로선 내년 2~3분기까지는 우상향하는 그림이기에 중장기적으로 보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이 연구원은 "먼저 이번에 엔비디아 주가가 빠진 배경에 펀더멘털 악재 이슈는 없었고, 또 지금껏 삼성전자 주가가 엔비디아 주가 흐름에 연동되지도 않았다"며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