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까지 가세 땐 의료상황 최악
특히 서울대병원의 무기한 파업이 이른바 '빅 5' 병원을 포함한 다른 병원으로 확산할 경우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정부가 지난 4일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린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각종 명령을 철회하고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서울의대 교수들이 이를 거부하고 사실상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것을 두고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해 지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하고, 정부의 자기결정권 박탈 시도로 현 사태가 악화된 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휴진으로 불편을 겪게 되실 환자분들께 진정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의 필수 진료는 이전보다 더 강화해 유지할 것이나, 병상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중증 환자분들께 진료 기회를 양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이날 서울의대 비대위의 결정에도 4개 서울대병원이 일제히 휴진에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우선 전체 1475명 중 939명이 응답한 지난 3~6일 비대위의 1차 설문조사 결과 휴진을 포함한 강경투쟁에 찬성한 인원은 63.5%였다. 이어 5~6일 진행된 2차 설문조사에서는 750명이 응답해 이 중 68.4%만이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에 동의했다. 즉 비대위가 의견을 물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1475명 중 3분의 1이 조금 넘는 510여 명만이 휴진 참여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징성이 큰 서울대병원의 무기한 휴진 결정이 다른 병원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다른 의대 교수 단체들이 이날 서울의대 비대위의 결정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 중이어서 이 투표 결과에도 서울의대 비대위의 결정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부터 투표를 해온 의협이 애초 7일 정오까지였던 기한을 8일 0시(자정)로 연장해 투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까지 총파업에 가세할 경우 지난 2월 시작된 의료대란은 최대 위기 국면을 맞게 되고, 이에 따른 불편은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게 의료계 안팎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