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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가 부족한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권) 정치가 일상화하면서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됐고, 법안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은 떨어졌다.
22대 국회에서 171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개원과 동시에 각종 쟁점 법안 강행 처리를 예고하면서 민생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출구 없는 공방전만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이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 '채상병 특검법' 등 10가지에 이른다.
이 중 여야 합의로 재의결된 법안은 이태원참사 특별법 한 가지 뿐이다.
여기에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이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윤 대통령이 29일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법안도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들 법안을 모두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민주당이 재추진한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됐다.
이처럼 거대 의석으로 주도권을 쥔 민주당이 입법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22대 국회는 21대 국회보다 대치정국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정권심판론을 주창한 야권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171석을 얻은 데다가, 군소 야당까지 합치면 범야권의 의석 수만 192석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당은 108석으로 개헌·탄핵 저지선을 겨우 지켜냈을 뿐이다.
특히 민주당은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이재명 대표 사당화가 완성 단계에 이르면서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의 입법 강행 기조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조국혁신당 등 공개적으로 '정권 종식'을 이야기할 정도로 정부·여당에 적대적인 정당이 등장하면서 22대 국회는 21대 국회보다 더 '매운맛'이 될 공산이 크다.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개원하는 30일 여당의 주요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대 야당이 협치를 무시하고 각종 법안을 밀어 부치려 하는 것 자체가 각종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각종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할 때마다 전체 국민의 의중인 것처럼 포장하는데 실상은 민주당을 지지자의 의견만을 반영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는 21대 국회보다 더 민주당의 입법독주가 강화될 것"이라며 "21대 정도만 돼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