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오염 우려로 방제 어려워…마스크 착용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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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더위와 잦은 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흔히 깔따구 등 날벌레가 여의도 한강공원 등 서울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면서 소풍을 즐기거나 운동하러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시민들이 날벌레 떼를 피하려고 손을 사방으로 내젓거나 입안에 들어간 벌레를 뱉어내는 등 불편을 겪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강 산책로 인근 잔디에도 불편을 겪는 상황이 잇따라 목격됐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대학생 김모씨(22)는 "방금 산 떡볶이 위로 날파리 세 마리가 앉아 음식물을 버렸다"며 "날씨가 좋아져 한강에 자주 나오는데 날파리 떼들 때문에 거슬려서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깔따구는 파리목 깔따구과 곤충으로 국내에는 400여 종이 서식한다. 깔따구 유충은 강바닥에 유기물이 쌓여있는 표면에 주로 살고 있으며, 개체수가 워낙 많아 국내 하천 생태계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 중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다양한 벌레나 해충의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모기떼가 일찍 출몰하면서 방충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 17∼23일 방충제 매출은 직전 주(10∼16일)에 비해 38.7% 증가했다. 이는 지난달과 비교하면 177.8% 급증한 것이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기온이나 수온이 상승하면 곤충 성장이 빨라진다. 최근 깔따구가 급증한 이유를 모두 이상 기후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그런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에서 깔따구로 인한 실제 피해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다. 하지만 실험상 깔따구를 대량으로 접촉했을 때는 알레르기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고 했다.
벌레나 해충 증가에도 화학적 방제를 통한 퇴치는 자칫 수질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서울시는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공원은 자연초지가 잘 갖춰져 있어 기온이 상승하고 비가 오지 않는 시기에 벌레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성충 제거를 위한 직접적인 방역활동은 한강 수질오염, 익충 서식지에 대한 피해가 예상돼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신 차선책으로 한강변 수풀지역 등 성충 서식지에 고압살수기를 분사해 서식지를 교란하는 방법으로 방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관도 "한강은 상수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화학적 방제는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짝짓기를 위한 군무 현상을 보이는 등 주 비행시간이 해질녘부터 늦은 오후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그 시간대를 피하거나,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갖추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