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與잠룡리포트⑤]
한동훈·오세훈·홍준표·안철수는 요즘
|
여의도 정치에선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잠룡이라고 부릅니다. '용들의 전쟁'이라는 구태스러운 표현을 쓰고싶진 않았지만, 요즘 여권 잠룡들의 행보는 차기 대선 경선의 예고편을 보는 듯 합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야권에서 자꾸 운운하는 탄핵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2027년 3월 3일 실시될 예정입니다. 2년 7개월가량 남았네요. 권력은 누군가 쥐어주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거라고 했던가요? 당장 다가오는 여름 전당대회, 내년 재보궐선거, 그리고 서울시장선거, 대선 레이스까지 이들이 어떤 경쟁을 펼칠지 기대됩니다.
|
|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주에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맹렬하게 비판했습니다. 홍 시장은 24일 페이스북에 "내가 최근 특정인을 연일 비판하는 것은 대선을 의식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또 다시 생길 수 있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를 막자는 것"이라고 남겼습니다. 검찰 총장을 하다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윤석열 대통령이 갑툭튀의 대표적인 예인데요, 한 전 위원장도 홍 시장 입장에선 갑툭튀죠.
아이로니컬하게도 홍 시장의 과한 비판은 한 전 위원장에게 정치적 공간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이 3년가량 쓰지않던 페이스북 계정을 되살린 것도 홍 시장의 '배신자' 비판을 반박하기 위함이었고요. 최근에는 '해외직구 논란' 등 현안에 목소리를 낼 때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있죠.
총선 참패 후 정치권에서 물러난 한 전 위원장을 끊임없이 소환한 것도 홍 시장입니다. 솔직히 총선 참패 후 여당 출입 기자들은 기사거리가 없어 허덕였습니다.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에서 홀로 원색적인 언어를 쏟아내는 홍 시장이 연일 언론의 주목을 흡수했던 이유죠. 홍 시장, 총선백서 특위, 일부 친윤계가 몰고간 '한동훈탓 논란'이 없었다면 집에서 쉬던 한 전 위원장 소식을 언론에서 이토록 주목했을까요?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과할 정도로, 집요하게, 반복적으로 비판하고 공격하는 걸 두고 초반엔 '윤석열 대통령의 입 역할을 자처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이 홍 시장 부부와 지난달 만찬을 4시간이나 했다는 이야기가 퍼졌으니까요. 하지만 홍 시장이 최근 윤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걸 보면 아닌 것 같고요.
요즘은 새로운 분석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홍 시장이 일부러 한 전 위원장을 전당대회 판에 이끌어내려고 한다는 겁니다. 전당대회 과정 혹은 당 대표가 된 후 당을 이끌며 한 전 위원장의 단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요. 어차피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2년 7개월여에 이르니, 미래의 경쟁자를 시험대에 올려 검증받게 만들겠다는 속셈이 숨어있다는 거죠.
홍 시장은 '갑툭튀 정치인은 더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건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물론 앞으로 차기 대선 주자로도 한 전 위원장이 나서선 안 된다는 겁니다. 홍 시장의 기준으로 한 전 위원장은 정치 경험 없이 대권을 거머쥔 윤 대통령과 같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해 치열한 경선을 치르고, 당 대표가 되면 더는 '갑툭튀' 정치인이 아니게 됩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대선 후보를 거쳐 대통령에 취임하는 데까지 1년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한 전 위원장은 완전한 정치인으로서 3년이나 국민들과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법무부 장관 시절까지 기억하는 이들은 5년이나 한 전 위원장을 지켜본 셈이죠. 이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면, 검사 출신 대통령에 학을 뗀 국민들을 자신의 편으로 설득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기면 대권의 꿈도 멀어지겠지만요.
한편으론 여당 대표의 앞날이 사실상 '가시밭 길'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지방선거 공천권도 없고요. 약 1년의 시간동안 거대 야당과 대통령실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 입니다. 더욱이 한 전 위원장은 '금뱃지'가 없는 '원외 인사'라 당 대표가 되더라도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죠.
한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의 취미 중에 골프와 바둑이 있는데, 바둑은 다음 수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괜히 저러는 게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한 전 위원장도 어릴 때 기원을 다녀 바둑이 5급 정도 된다는데, 두 사람이 몇 수까지 내다보고 있을 지 궁금해지네요!
|
|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번주는 '아쉬운 처신'으로 요약됩니다. 정부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제' 논란에서 촉발된 여권 차기 주자 간 장외 설전에서 오 시장의 '처신' 관련 발언이 마지막 불쏘시개가 됐기 때문이죠.
오 시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이미 사과한 해외직구 정책을 두둔하며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남겼습니다. 정부 정책을 지적한 여당 중진은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당선인 그리고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뒤따랐죠.
그러자 한 전 위원장이 21일 페이스북에 "서울시장께서 저의 의견 제시를 잘못된 '처신'이라고 하셨다"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 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요.
오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의 반박글 이후 "여당 정치인들이 SNS로 의견 제시를 하는 것은 가급적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재반박글을 남겨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중진은 필요하면 대통령실, 총리실, 장차관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고 협의도 할 수 있다"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부 통로는 놓아두고 보여주기만 횡행하는 모습이 건강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했죠. 이어 "그러나 처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오 시장을 둘러싼 '처신 논란'에 대해 공감되는 평론을 옮겨봅니다.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채널에이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손익계산서'를 따져본건데요. 김 전 최고위원은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 남는 장사를 했고, 유승민 의원은 해왔던 정도의 스탠스를 이어간 본전, 오 시장은 가장 잃은게 많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기로 마음을 정하며 '여당 속 야당' 역할을 굳히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공개적으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안철수·유의동·김웅 등 3명입니다.
안 의원은 4·10 총선 이후 정부의 의정갈등 국면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작심발언을 이어오고 있고요. 여당 속 야당의 성공 사례는 과거 이명박 정권 말기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입니다. 안 의원의 '비윤'(非尹)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안 의원이 22대 국회에선 '강한 철수'로 변신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