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높은 성적 받기 위해 건강과 맞바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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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모의고사 열흘 앞둔 26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인근 한 카페엔 트레이닝복에 책가방을 멘 고등학생들이 줄지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했다. 출입문 안팎으로는 영수증을 손에 쥐고 순번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붐볐다. 일요일인 이날 오전 10시부터 10시 30분까지 이 카페를 지켜보니, 30분간 총 19명의 중·고생이 커피를 사고 학원이나 독서실로 향했다.
입시를 위해 잠·집중력과 전쟁을 펼치고 있는 청소년들의 '카페인 중독' 위험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다음 달 6월 모의고사 기간이 다가오면서 예민해진 청소년들이 커피 등 카페인 음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관측되고 있어, 청소년들의 성장기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청소년과 어린이의 카페인 최대 섭취 권장량은 체중 1㎏당 카페인 2.5㎎ 이하다. 몸무게 50㎏ 청소년의 경우에는 카페인 최대 1일 섭취 권고량은 125㎎ 수준이다. 이날 해당 커피 브랜드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에 들어있는 카페인 함유량은 199㎎으로, 청소년의 1일 섭취 권고량(125㎎)을 초과했다. 청소년들이 1일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권고 섭취량을 훌쩍 넘는 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있다.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3 박윤서양(19)는 "6월 모의고사는 수능과의 관계성이 있기 때문에 긴장하고 더 공부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수능은 특히 의대 증원 때문에 n수생도 더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 성적을 위해서 몸에 나쁘다 하더라도 커피나 에너지음료를 하루 3~4잔씩 마셔가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까지 카페인 중독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학원 쉬는시간 초등학생들이 키오스크 앞에 줄을 서더니 각자 커피를 주문했다. 한 초등생은 음료 주문하는 과정에서 옆 친구에게 "졸려서 카페인이 필요한데, 복숭아 아이스티가 땡긴다"고 말하자, 친구는 "복숭아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 김제나양(12)은 "이제 곧 중학교에 들어가기 때문에 일요일이어도 아침 9시부터 수업을 들으러 나왔지만, 너무 졸리다"며 "커피가 없으면 오후 수업까지 못 버틸 것 같아 쉬는 시간에 잠깐 친구들이랑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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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은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몸에 있는 중성지방 및 글리코겐 성분을 자극해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카페인 과다 복용 시 속 쓰림이나 가슴 두근거림, 수면 장애, 위장 장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은 성인보다 카페인 대응력이 낮아서 카페인을 희석하는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 과다한 카페인 섭취 시에는 칼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뼈의 성장을 방해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골다공증이 올 가능성도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성장기에 과도한 카페인을 섭취해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 박모씨(43)는 "우리 아들이 커피를 많이 마셔서 성장기에 키가 안 클까 봐 걱정인데,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말을 안 듣는다"며 "아들이 가끔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린다는 증상을 말하지만, 어린 나이에 이미 중독돼서 매일 일어나면 캡슐을 내려서 커피를 마신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카페인 과다 섭취가 성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카페인 과다 섭취는 체내 칼슘 흡수를 방해해 성장에 미칠 수 있다"며 "커피를 마신 직후엔 잠시 집중력이 오를 수 있지만, 장기간 섭취할 경우에는 카페인 효과가 떨어져 오히려 집중력이나 주의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학생들이 카페인 음료를 꼭 마셔야 한다면 식약처가 제시한 권고량을 넘지 않는 소량만 섭취해야 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