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보수의 정체성' 회복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조 의원은 정치적 경험이나 보수 정체성에 있어서 이와는 거리가 먼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시대전환을 창당했다가,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에 1호 영입 인재로 들어온 이력 때문에 '철새'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조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노웅래 일가가 일군 민주당 40년 텃밭, 서울 마포갑에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조 의원을 지원사격하며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선 것이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을 포함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훈훈한 케미를 보여주며 '훈훈 브라더스'라는 이름을 얻는 등 정치적 시너지를 기대케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친한계'(친한동훈계)로 분류되던 조 의원이 돌연 한 전 위원장을 저격하는 행보를 보이자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이 '태세전환'이라며 날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조 의원은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 책임론을 꺼내 들었으며 SNS에서 한 전 위원장을 연일 비판하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주말 중 예방하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배신자', '기회주의자', '간신배'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조 의원이 당권도전 가능성을 시사하자 한 전 위원장을 전면에서 견제하려는 술수가 아니냐는 풍문도 돌고 있다. 당의 역사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권을 바라보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의원의 교토삼굴(狡免三窟) 행보에 4·10 총선의 성찰백서가 '맹탕백서'가 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