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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의 얼굴이자 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는 '꼬꼬갓' 고수진 해설. /이윤파 기자 |
"해설 너무 즐겁다. 제가 사랑하는 일을 돈을 벌면서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혜택과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너무 행복하다."
지금 가장 바쁘고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이 남자가 아닐까. 최고의 리그인 LCK를 비롯한 여러 종목에서 활동하면서도 목소리와 발음, 전문성 등 여러 면에서 호평받는 해설가다.
거기에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이기적인 남자, 면접 경쟁자로 만나면 안 되는 남자, '꼬꼬갓' 고수진 해설을 만나봤다.
◆ 데프트와 노력이 만든 게임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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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LCK 서머 오프닝 티저에 출연한 고수진 해설. /OGN |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고수진 해설은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MIG 블리츠 소속으로 2013 LCK 서머 본선에 진출했지만 '데프트'에게 벽을 느껴 빠르게 은퇴했다.
고수진 해설은 "데프트는 솔로 랭크에서 만났다. 프로들은 자기가 최고라는 마인드가 있는데, 데프트를 만나면 항상 나보다 더 강한 느낌이고, 라인전도 너무 빡빡했다. 다시 태어나도 이 사람은 못 이기겠다고 생각이 들어 은퇴를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은퇴 후 개인 방송에 전념하던 고수진 해설은 의외의 기회를 잡는다. 고수진 해설은 "어떤 PD님이 해설 제의를 주셔서 해봤는데 너무 재밌고, 개인 방송할 때 느낀 스트레스도 안 받았다. 이게 내 적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해설자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고수진 해설은 목소리 톤과 정확한 발음, 발성 등 좋은 기본기를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능력은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목소리는 어느 정도 타고났다. 근데 발음의 경우 가족들한테도 말이 어눌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라 많이 연습했다"라며 "그리고 옛날엔 생목을 쓰다 보니 하루 이틀 해설하면 목소리가 안 나왔다. 그래서 발성법을 바꾸고 목 관리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고수진 해설은 그간 다양한 종목을 중계해 왔다. 배틀그라운드와 발로란트, 포켓몬 유나이트, 모두의 마블에 심지어 369나 딸기게임 같은 술게임도 중계했다. 고수진 해설은 "물리적으로 공부할 시간만 있으면 다른 종목도 할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양한 종목을 다루는 만큼 시간도 허투루 쓸 수 없다. 고수진 해설은 "직접 해설하는 종목 말고는 게임을 안 한다. 다른 게임에 시간을 쓰거나 재미를 느끼면 종목에 소홀해질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안 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 10년 경력 해설, 아직도 부족하고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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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월드챔피언십에서 활약한 고수진 해설. /라이엇게임즈 플리커 |
2023년, 고수진 해설은 드디어 꿈의 무대인 LCK에 입성했다.
고수진 해설은 "저는 선수 경력이 훌륭하지도 않아 LCK에서 안 부를 것 같았는데, 불러 주신 순간 내가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의 활약상에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자 6.5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뻔한 대답일 수 있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어떻게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오랜 해설 경력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어보자 고수진 해설은 두 가지 장면을 꼽았다.
"첫번째는 고려대에서 전용준 캐스터님과 함께한 배틀그라운드 결승이다. 텐션이 높아지는 와중에 캐스터님이 갑자기 일어나셔서 몇시간 동안 중계를 이어가셨다. 게임에 완벽하게 몰입하고 진심으로 중계에 임하는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고수진 해설은 "두 번째는 2023 LCK 서머 T1과 KT가 치른 결승진출전 5세트다. 작은 움직임 하나에 관중들이 호응해주고 경기 내용도 극적이었다. 환호소리에서 희노애락이 다 느껴지다보니 너무 재밌었고, 해설가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 해설가 아닌 인간 고수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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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진 해설의 콘텐츠 '도전 롤든벨'. /유튜브 '꼬꼬갓 고수진' |
고수진 해설은 게임 중계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몇 달 전 한 방송사에 출연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쉽고 조리 있게 설명하는 '롤 전도사' 같은 모습이 화제였다.
고수진 해설은 당시를 회상하며 "되게 갑작스러웠다. 결승이 끝나고 쉬려고 했는데 아침에 배혜지 아나운서가 연락줘서 한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을 알게됐다"며 "이 산업에 진심으로 임하는 분들이 많기에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인 유튜브에선 '도전 롤든벨'이란 콘텐츠도 진행하고 있다. 유저들을 상대로 단계별 롤 퀴즈를 내고 문제를 맞히면 상금을 타가는 형식의 콘텐츠다.
고수진 해설은 "e스포츠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게임 관련 콘텐츠를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며 "처음엔 스킬 쿨타임 같은 문제를 내려다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서 난이도를 낮췄다. 언젠가 프로게이머 상대로 어려운 문제를 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게임 리뷰를 하거나 중요한 경기 앞두고 게스트 한 명 불러서 모의 밴픽을 하는 콘텐츠도 생각해 보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수진 해설을 이야기할 때 수려하고 깔끔한 외모도 빠질 수 없다. 커뮤니티엔 '고수진을 면접 경쟁자로 만나면 망한다'는 밈도 있다.
이에 대해 고수진 해설은 "좋게 포장해 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과 경쟁할 일은 많이 없겠지만 만난다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웃었다.
배우 남주혁 닮은 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남주혁님이 엄청나게 유명해지기 전에 저와 똑같이 찍힌 사진이 있어 시청자들도 인정했다. 근데 남주혁님이 유명해지자 시청자들이 어딜 비비냐고, 가만히 있으라 하더라"고 쓴웃음을 삼켰다.
LCK 크루 내에서 외모 순위를 묻자 "라이벌인 '헬리오스' 신동진을 이길 수 있다면 탑2에는 들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 우승은 BLG? 돌고돌아 젠티? 고수진이 생각하는 2024 MSI와 LCK 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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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간의 맞대결을 기대하는 고수진 해설. /이윤파 기자 |
이번 2024 MSI 운영의 핵심은 라인스왑이다. 이런 변화에 대한 고수진 해설은 "결국 모든 변화는 강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고수진 해설은 "라인스왑도 약팀이 강팀과 라인전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강팀은 라인전에서 벌지 못한 만큼 운영에서 격차를 벌릴 것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베테랑의 존재도 크게 작용할거라 예상했다. 스왑을 하고 타워를 밀면 라인이 길어진다. 그때 얼마나 라인을 밀어야 이득보는지 계산하는게 어려운데, 이런 것들이 10년전에 많이 연구 됐으며, 당시 뛴 선수들은 그 데이터를 갖고 있기에 잘 할 것이다라는 게 고수진 해설의 설명이다.
MSI에서 가장 기대되는 바텀으로는 BLG의 '엘크'-'온'을 꼽았다.
"엘크의 플레이를 보며 원딜이 이렇게 줄타기 하면서 칼춤을 출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LCK의 바텀도 강하니까 맞붙었을 때 어떤 구도가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LCK의 우승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고수진 해설은 "LPL 결승을 보면 잘할때는 너무 잘하지만 못한 장면에서는 왜 게임을 이렇게 하는지 의문이었다"라며 "전반적으로 LCK가 결승 경기력이 더 좋았고 탄탄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우승 확률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2024 LCK 서머에 대한 전망도 들을 수 있었다.
고수진 해설은 "돌고 돌아 젠-티라고 하지만 한화생명이 티원보다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적도 있기에 3강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4강구도를 만들 수 있는 팀이 있다면 DK를 뽑겠다. '루시드'가 더 성장하고, '킹겐'과 '쇼메이커'가 고점을 보여준다면 더 재밌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 고수진은 얼마나 더 큰 사람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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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남주혁이야 고수진이야?" /이윤파 기자 |
고수진 해설과 대화하며 가장 인상적인 점은 향상심이다. 앞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해설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질문했을 때, 눈에 보이는 성과와 관련한 답이 나올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고수진 해설은 "개성을 갖췄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중계진과 조합을 맞추든 잘 융화되고 재밌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고수진 해설이 e스포츠에서 얼마나 더 큰 존재가 될지 기대된다.
고수진 해설은 인터뷰를 마치며 "제 해설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할 테니 끝까지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고, 롤이 아닌 다른 게임도 해설하고 있다. 혹시 지나가다가 아는 척해 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라고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