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 22대 국회로 넘어가
노동·교육 관련도 '지지부진'
전문가 "협치로 국정 돌파구를"
윤석열 정부의 출범 2년간 정부입법 국회 통과율이 19.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새 출범한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노동·연금·교육개혁과 재정준칙 법제화, 첨단산업 진흥 등 입법이 필요한 윤석열 정부의 주요 어젠다 대부분이 거야(巨野)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상황으로 맞이하게 된 만큼 야당과 협치가 '필수 요건'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아시아투데이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 341건 가운데 68건만 본회의에서 원안·수정안이 가결됐다. 통과율은 19.9%에 불과하다. 직전 문재인 정권은 출범 2년간 정부가 538건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 가운데 136건이 가결돼 통과율 25.3%를 기록했다. 정부가 제출한 대안·수정안이 반영된 법률안까지 합하면 353건으로 반영률은 65.6%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도 취임 후 2년간 국회에 566건의 법률안을 제출했고 177건(31.25%)이 가결됐다.
윤석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국회 통과율이 이토록 낮은 이유는 출범 직후부터 180석에 달하는 거대 야당을 상대해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극단적 '여소야대' 정치 지형이 22대 국회에서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4·10 총선에서 192석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완료하려면 국회에서 야당과 협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치원로인 유준상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본지와 통화에서 "총선에서 민심이 확인된 만큼 진솔하고 솔직하게 소통하며 정치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금개혁은 결국 21대에서 매듭을 짓지 못하고 22대 국회로 미루게 됐다. 국민연금의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연금개혁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전날 결국 불발된 탓이다. 국민의힘은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3%를, 민주당은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5%를 주장하며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권 초반부터 속도를 냈던 노동개혁의 지난 2년간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으로 요약된다. 양대 노동조합이 반대했던 노조 회계 공시를 관철시켰고, 경영계를 상대로 임금체불·포괄임금제도 악용·부당노동행위 감독을 강화하는 등 일부 성과를 냈지만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은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집권 초반 '주69시간' 논란 여파 탓이다. 직무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안 역시 입법까지 요원하다.
교육개혁은 여야 모두 '공공 돌봄 확대'라는 큰 틀에 동의하는 '늘봄학교'는 순항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전면 시행 예정인 '영유아 보육·교육체계 일원화'(유보통합) 정책 추진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보통합까지 영유아보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여야가 추가 재원 마련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근거를 마련하는 산업은행법 개정안과 문화콘텐츠 산업의 불공정 관행을 규제하는 문화산업유통법 개정안 등 법안도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동시에 폐기될 전망이다. 정부가 육성 의지를 밝힌 양자, 첨단바이오,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법안도, 양자기술 육성 법안만 지난해 10월 국회를 통과했다. 'AI 기본법'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자동 폐기의 기로에 놓여있다.
한편 22대 국회를 앞두고 정부·여당 그리고 윤 대통령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범야권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법 △간호법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쌍특검(대장동·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9건 가운데 재발의돼 처리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제외한 8개 법안을 연대해 재발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