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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소, 공존의 길] SK이노베이션의 저력, 에너지 1등기업이 움직인다…석유부터 수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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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4. 05. 01. 17:52

정제마진 강세, 유가 상승 현상 '효과적 흡수'
SAF 및 수소 지분투자 접근…액침냉각도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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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횡재세.' 기름값이 오르면 정유사만 배를 불리고 서민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상이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 말 한마디로 탄생한 알뜰주유소의 역할은 4대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는지를 감시하고 또 컨트롤 하려는 게 핵심이다. 경종을 울릴 줄 알았겠지만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은 되레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이제 알뜰주유소는 4대 정유사의 기름값이 얼마나 합리적인 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증거가 돼 버렸다.

사실 석유산업은 늘 수출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효자다. 한때 SK이노베이션의 매출은 현대차를 제치고 국내 2위에 올랐었다. 석유제품 해외 수출의 힘이다. 전세계 원유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최대 다운스트림 효자 계열사가 바로 에쓰오일이다. 공장을 지을 때마다 사우디 최고 실권자가 한국을 찾고, 우리 대통령과 함께 비전을 발표해 온 배경이다.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정제능력은 세계 5위, 시설 규모만 따지면 글로벌 2위 SK에너지와 5위 에쓰오일이 울산에서, 4위 GS칼텍스가 여수에서 가동 중이다.

그런 정유사들이 석유와 다른 연료원인 수소 관련 사업을 키우는 건 이율배반적이지 않다. 수소의 완전한 친환경성을 주목한다면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수소가 급부상한다고 해서 석유의 역할이 당장 줄어드는 게 아니다.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오히려 2050년 최대치를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와 수소가 공존의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 수출 효자 '석유산업', 나아가 국가 경제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아시아투데이는 특집 기획 시리즈로 국내 4대 정유사의 현황 및 미래 먹거리 사업 개발 상태를 점검, 우리 경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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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안소연 기자 = 1973년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섬유에서 석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천명한다. 이 시기 SK의 전신인 선경은 선경석유를 설립하지만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정유공장 건설이 무산됐다. 국가 원유 재고가 열흘 치 밖에 안 될 때, 선경은 사우디 왕실과 쌓은 친분을 바탕으로 원유를 도입해 한국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한다. 그리고 1980년 선경은 자신의 덩치보다 수백 배 큰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고 수직계열화를 실현한다. 중화학공업으로 발전을 꾀하던 한국 경제와도 부합하는 전략이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가 SK에너지가 울산에서 운영하는 원유정제시설은 세계에서 2번째 규모다. 2022년 기준 국내 원유 정제 물량의 37.9%를 SK이노베이션에서 담당하고 있을 정도다. 오랜 기간 업계 1위를 지켜온 만큼 석유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 지속가능항공유(SAF)와 수소산업에 대한 행보 역시 숨 가쁘다. 석유산업의 특징인 저마진·박리다매의 한계를 넘어 탄소중립 시대와 걸맞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신성장동력 실적 공백 메우는 정통성 저력
1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1분기 영업이익 6247억원 중 94.6%가 석유사업에서 나올 정도로 SK이노베이션에서 석유사업은 절대적이다. 여기에는 SK에너지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인천석유화학 등의 관련 사업이 포함된다.

연간으로 봐도 석유사업의 중요성은 뚜렷하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 석유사업 특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정제기술이 세계적 수준인 점은 매출 구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매출은 석유사업이 62%, 화학사업은 14%, 윤활유 사업 6%, 배터리 사업 17%, 소재사업과 석유개발 사업 및 기타 사업 1%로 구성됐다. 윤활유까지 합치면 70% 가까이 석유 유관사업에서 나오는 셈이다.

국내 4대 정유사의 주유소 역시 지난해 말 기준 SK가 가장 많았다. SK이노베이션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주유소는 1만832개소였으며, 이 중 SK의 주유소는 2843개로 전체의 26.2%를 차지했다. 두 번째인 HD현대오일뱅크와는 점유율 기준으로 따지면 4.7%포인트 앞선 수치다.

SK이노베이션 전사적으로 보면 신성장동력은 배터리다. 그러나 배터리 사업이 안정궤도에 들어서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 시간을 석유사업이 정통성의 저력으로 메워주는 그림이다. 3월 평균 유가는 지난해 12월 대비 배럴당 6.9달러 증가해 84.2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고 유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SK이노베이션이 잘 흡수했다는 뜻이다.

이 기조는 2분기도 이어질 전망이다. 연준의 고금리 기조와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 제품의 수요는 위축할 수 있으나, 견조한 수요가 지속하고 신흥국의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견조한 정제마진을 바탕으로 신성장 사업의 부진을 상쇄할 여지가 있다.

◇SAF·수소, 지분 투자로 신중 접근
그만큼 굳건한 석유사업이지만 업계 1위도 '저탄소'와 '환경 투자'의 시대 흐름에도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전환 시대에 변화의 기회를 놓치면 언제든지 선두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경계심도 엿보인다.

석유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SAF와 수소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우선 지분투자로 접근하고 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중국 폐식용유(UCO) 업체 '진샹'에 투자하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진샹에 에어 폐자원 기반 원료 업체 대경오앤티에 투자하면서 바이오 항공유 원료 확보의 기반을 마련했다.

SK에너지는 상용차 중심의 수소충전소 건설 및 운영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 주식회사'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들도 진출을 선언한 액침냉각 사업에서는 성과가 뚜렷하다. SK엔무브는 올 하반기 국내에서 처음으로 데이터센터를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 액체를 활용하는 기술은 기존 공기순환 방식 대비 열을 식히는 속도와 효율이 월등히 높다. 관련 기술은 글로벌 정유회사 쉘이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아직 초기 단계지만 국내에서는 SK 외에도 에쓰오일 등이 시장 진출을 알리는 등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련 연구개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SK에너지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연구개발계약을 체결했으며 SK이노의 산하조직인 환경과학기술원이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매출의 0.05%인 224억8800만원을 지출했다. 해당 비용은 재사용 가능한 원료 기반의 원료유 및 화학제품 생산 기술 개발과 원료유 청정성 및 성능 개선 기술 개발 등에 사용됐다.

SK에너지의 항공유 생산실적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은 1288만3000배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배 이상 증가해 2833만5000배럴을 기록했다. 차근차근 SAF 시대에 대비하고 있지만 남은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은 당장 내년부터 기존 항공유에 바이오항공유를 최소 2% 이상 섞도록 의무화했다. 2030년에는 6%, 2035년에는 20%, 2050년에는 70% 등으로 높아진다. 전 세계 항공업계의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올해 말 SAF 생산 테스트를 진행하고 오는 2026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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