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미사일 개발, 직접적 위협...'내일의 우크라, 동남아 가능성'"
"'글로벌 파트너' 日, 미국과 함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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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는 이날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의사당에서 영어로 행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의 다음 시대를 결정하는 갈림길에 서 있고, 미국이 수세대에 걸쳐 구축해온 국제질서가 새로운, 우리와 전혀 다른 가치관과 원칙을 가진 주체들의 도전에 직면, 자유와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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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미사일 개발, 직접적 위협...'내일의 우크라, 동남아 가능성'"
기시다 총리는 도전의 구체적인 사례 중 하나로 중국을 거론, "대외적인 태도와 군사적 움직임은 일본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위주의 국가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감시로 '새로운 형태의 억압'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이 경제력을 배경으로 개발도상국을 굴복시키는 경제적 협박, 그리고 중국의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의한 '부채의 덫' 외교를 거론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론하면서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일 수 있다"며 "전 세계가 핵무기의 재앙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공 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에 의한 자유 억압과 경제적 위협 등을 거론했다.
기시다 총리는 미·일에 한국·호주·인도·필리핀을 각각 포함시킨 3~4개국 틀, 주요 7개국(G7)·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협력을 언급하면서 "다층적인 지역 틀이 생겨났고, 미·일동맹이 그 힘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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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는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지친 미국인들에게 일본이 함께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국제질서를 거의 혼자서 지탱해 온 고독감과 피로는 느끼는 미국민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미국이 도움 없이 혼자서 국제질서를 지키도록 강요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법치를 지키는 것은 일본의 국익"이라며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 일본이 미국과 함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원 등을 설명하면서 "일본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라는 틀을 넘어 이제는 글로벌 파트너가 됐다"고 규정했다.
기시다 총리는 연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우리는 함께 큰 책임을 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자유와 민주주의 등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미국과 함께 일본도 큰 책임을 질 것이라면서 미·일의 결속을 촉구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이 미국에 대한 세계 최대 직접 투자국이라며 "일본 기업이 80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1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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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방송은 외무성을 인용, 일본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이 이번이 5번째라고 전했다. 1954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총리가 미국 상원에서 처음 연설을 한 후 1957년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가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연설했고, 1961년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총리가 하원에서 연설했다.
일본 총리가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것은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처음이었고, 이번에 두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