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조기 귀국…“공수처, 시간 끌며 무능 드러내”

이 대사 출국 11일 만에 귀국
"공수처 조사받길 바라" 밝혀
공수처 "정해진 것 없다" 반복
법조계 "총선 전 해결 안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주 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가 21일 조기 귀국했다. 이 대사는 "체류기간 공수처와 일정이 조율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공수처는 소환 시기에 관해 "정해진 게 없는 상태"라는 입장이다. 공수처가 수사할 의지도 능력도 없이 정치적으로 사태를 키우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이 대사는 호주로 출국한 지 11일 만인 이날 오전 9시 35분쯤 싱가포르를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당초 이 대사는 4월 말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로 당초 예상보다 조기 귀국하게 됐다.

이 대사 측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 공수처에 모든 국내 일정 공개하고 소환조사를 요청했다"며 "고발내용 자체로 충분히 법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으로 공수처가 출금 연장하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 왔고, 충분한 조사 준비기간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당연히 공수처가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외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수사외압은 정치 프레임이지 법률적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이 대사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움에도 결론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권남용이 유죄로 인정되려면 '권한이 없는 자'가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할 때'라는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하는데 국방부 장관이던 이 대사의 채 상병 사건 경찹 이첩 보류 지시가 권한이 없다고 보기도, 하급자에 의무없는 일을 지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사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공수처에 '조사기일 지정촉구서'까지 제출하면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수처는 고발장 접수 이후 6개월이 넘도록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 외에 별다른 수사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출신인 이헌 변호사(법무법인 홍익)는 "총선 전이라는 예민한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을 공수처가 지지부진하게 일처리를 하면서 다른 사건의 처리와 같은 무능함을 드러내고 있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도 종결시켜 마무리하겠다는 목적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에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