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망 넓혀도 '기존 시중은행' 경쟁 어려워
특화 상품 등 자체 경쟁력 갖춰야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했다. 대구은행이 예비인가를 생략한 만큼 이르면 1분기 내 시중은행 전환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인가방식·절차'에 따른 것이다.
대구은행은 전국 단위 시중은행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사명에서 지역명을 뺀 'iM뱅크'로 변경하는 방안도 구상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한해서만 iM뱅크와 함께 '대구은행' 상표를 병기한다.
대구은행 입장에서는 영업망을 전국구로 넓혀 새로운 시장을 발굴할 수 있다. 외형이 커진 만큼 고객을 더 유입할 수 있고 그만큼 기초 체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추가되는 영업 지역은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정도다. 이미 정관상 영업구역은 서울과 각 광역·특별자치시, 경기도, 경상도, 국외로 명시돼 있다.
게다가 충청권의 경우 충청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하나은행은 충남도의 제2금고 역할을 맡고 있고, 영업망(지점·출장소)도 35개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43개, 국민은행은 34개, 우리은행은 29개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대구은행은 지점·출장소가 전무하다.
강원권은 산업군과 기업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전라권은 광주은행 등의 지역 은행이 강점을 갖고 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더 싼 가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현재와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대구은행의 신용등급이 시중은행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7일 기준 대구은행채 1년물(AAA)의 민평 금리는 3.65%로 시중은행(3.635%)과 불과 0.015%포인트 차이였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이 기존 60%에서 50%로 10%포인트 완화됐다"며 "시중은행(45%)과 큰 차이가 없어 영업 측면에서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구은행의 성패는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부수적 효과보다 특화 상품 개발 등의 자체적인 경쟁력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구은행이 다른 지역으로 (영업 구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하려면 기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시중은행과 차별점을 보여야 한다"며 "고객을 유인하려면 수신 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방식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