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건설기간, 발전소 건립 대비 3~4배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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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업계관계자는 "당초 2023년까지 확충하기로 했던 동해안 송전망 확충 계획도 2027년으로 미뤄졌다"며 "향후 에너지 전환과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력망 확충이 시급한데 한전의 재정난으로 인해 계속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육지 단일망 체제로 계통유연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빠른 송전망 확충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동해에서는 8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강릉에코파워 1·2호기, 동해화력 1·2호기, 북평화력 1·2호기, 삼척그린파워 1·2호기)가 가동 중이고, 2기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경북 울진에는 8기의 원전(한울 1·2·3·4·5·6호기, 신한울 1·2호기)이 가동 중인데 새 발전소가 가동됨에 따라 가동 중단, 출력 감발 등의 송전 제약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현재 건설 중인 발전소까지 완공될 경우, 송전 제약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 10차 장기송변전계획에서 2021년부터 2036년까지 송전선로 2만2491C-km(서킷킬로미터) 증설, 변전설비 16만8920MVA(메가볼트암페어)확충을 계획했으나 녹록치 않은 재정상태로 사업진행이 계속 더뎌지고 있다.
총 부채가 20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지나치게 낮은 한전의 전력가격 구조는 새로운 발전원의 도입, 전력망의 확충 등 에너지전환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실제 우리나라 전기요금에서 송·배전망 비용이 차지하는 양은 세계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시기적절한 요금인상 및 재무적 보상을 통해 투자 지연을 막아야 한다"며 "재무건전성이 이슈인 한국 등의 나라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전력계통 혁신 대책'을 통해 송전망 개발 방식에서 민간사업자의 참여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송전망 사업 민간 개방을 추진하게 된 데는 송전선 설비 지역 보상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관련 보상만 매년 약 1500억원 안팎에 달하는데 한전의 재무위기로 감당이 어려워지자, 민간에 관련 사업을 개방해 빠르게 전력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용인 등 경기도 일대에 지어질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 사용량의 4분의 1인 10GW(기가와트)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관계자는 "당장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가 없는 상황에서도 신규발전소,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등의 계획에 따라 전력망 확충이 시급하다"며 "발전소 건립은 길어야 3~4년이지만 송·배전망의 건설기간은 5~13년가량 소요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