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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감독·배우 참여 ‘성난사람들’, 에미상 싹쓸이..작품상 등 8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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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4. 01. 16. 15:40

한국계 이성진 감독 감독상· 각본상...한국계·한국 감독 최초 본상 수상
남녀주연상 등 후보에 오른 11개 부문서 8개 부문 수상
미국 콘텐츠 업체들 '다양성' 주목
K-콘텐츠 위상 높아지며 주류문화 편입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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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에미상에서 8관왕을 차지했다/연합뉴스
한국계 감독과 주연배우가 활약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프라임타임 에미상(이하 에미상)에서 8관왕에 등극했다.

'성난 사람들'은 15일(현지시간) 미국 LA 피콕 극장에서 개최된 제75회 에미상 시상식 미니시리즈·TV영화(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감독은 감독상과 작가상을, 역시 한국계 배우 스티브 연(한국명 연상엽)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중국·베트남계 배우 앨리 웡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에 더해 캐스팅상, 의상상, 편집상까지 거머쥔 '성난 사람들'은 이날 후보에 오른 11개 부문 중 남녀조연상, 음악상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계 또는 한국 감독이 에미상 본상을 수상한 것은 이 감독이 처음이다. 각본, 연출, 제작을 모두 맡은 그는 작품상 수상 소감에서 "작품 초반 등장인물의 자살 충동은 사실 제가 겪었던 감정들을 녹여낸 것이다. 이 쇼를 보고 자신의 어려운 경험을 털어놔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가끔 느끼기에 세상은 사람들을 갈라놓으려는 것 같다. 이 시상식에서조차 누군가는 트로피를 가져가고 누구는 아니다"라며 "이런 세상에 살다 보면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다거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고 사랑받을 가능성조차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스티브 연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한국계 미국인 배우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국계 이민자 1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계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2020)의 주인공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그는 "대니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편견(judgment)과 수치심(shame)은 아주 외로운 것이지만, 동정(compassion)과 은혜(grace)는 우리를 하나로 모이게 만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난 사람들'은 최근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3관왕(작품상, 남·녀주연상), 북미비평가협회(CCA)가 주최 제29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4관왕(작품상, 남·녀주연상, 여우조연상)에 이어 에미상까지 휩쓸고 있다. 이를 두고 이른바 '코리안 디아스포라'(한국인 이민자) 콘텐츠가 미국 주류 문화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민자를 비롯해 소수인종, 장애인 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미국에서 비주류로 분류됐다. 그러나 미국 콘텐츠 업계가 최근들어 '다양성'에 주목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내 콘텐츠업계에서는 "골든글로브는 가장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인식된다. 이런 골든글로브까지도 '성난 사람들'에 상을 준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10부작으로 구성된 '성난 사람들'은 대니 조(스티븐 연)와 에이미 라우(앨리 웡)가 우연히 만난 후 사소한 갈등으로 서로에게 복수까지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이 동양계 미국인들의 삶을 소재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대니는 미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계, 에이미는 자수성가한 중국계 사업가다.

K-콘텐츠의 세계적 흥행 역시 한국의 콘텐츠가 미국 주류문화에 진입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를 필두로한 K-팝 그룹의 빌보드 석권,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 등으로 한국의 문화가 더 이상 미국에서 낯선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NBC는 "'성난 사람들'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쓰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자기들의 공간을 만들면서 주류 문화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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