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노하우 얻고 인적 네트워크 활용은 긍정적
최근 비용감축 기조 속 수십억 고문료 지적에
당국 징계 등 결격사유에도 위촉 논란도
4대금융 중 KB금융그룹이 위촉한 고문이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순이었다.
금융그룹이 퇴직임원을 고문으로 위촉하는 이유는 경영상의 중요한 정보를 다뤘던 핵심 임원이었던 데다, 그들이 지닌 노하우를 기업경영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권 고문 위촉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권이 어려운 경영환경 때문에 비용을 줄여가고 있는데, 이들 고문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안겨주는 경우가 더러 있고, 금융당국 징계 등 결격 사유가 있는 인사들도 고문으로 위촉하는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그룹 및 산하 계열사 고문현황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이 지난해 위촉한 경영고문은 모두 92명이었다.
KB금융이 지난해 34명의 고문을 위촉해 가장 많았고, 이어 우리금융(23명), 하나금융(21명), 신한금융(14명) 순이었다.
또 전임 금융그룹 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한 곳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3곳이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은 지난해 3월 3년간 고문으로 위촉됐지만, 같은 해 11월 은행연합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임했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은 작년 1월부터 1년간 하나은행 경영고문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말 계약이 종료됐다.
우리금융의 경우 손태승 전 회장이 퇴임 이후 2년간 우리은행 경영고문으로 위촉됐지만, 지난달 초 사임했다. 손 전 회장은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당국 중징계를 받았는데도 고문으로 위촉돼,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고문계약 기간과 보수 수준을 보면 KB금융은 1년 동안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고, 퇴임 당시 월정액급의 50%에서 70%까지 보수로 지급했다. 신한금융은 조 전 회장(3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1년의 임기를 부여했고, 보수는 연 1억원에서 4억원까지 지급했다.
우리금융은 1년부터 2년까지 고문계약을 체결하고, 적게는 연 3600만원에서 많게는 4억원까지 보수를 책정했다. 하나금융은 고문 위촉 기간이 가장 짧았는데, 3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고문계약을 체결했다. 보수는 퇴임 당시 기본급의 60~80% 수준을 지급했다.
이처럼 4대 금융그룹이 모두 경영고문제도를 운용하는 데는 CEO 등 퇴직임원이 재임 기간 올린 경영성과를 인정해 예우하는 동시에, 이들이 가진 경영 노하우나 인적 네트워크 등의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고문은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자문을 해주는 자리이기 때문에 퇴임 CEO나 기업의 핵심 임원들을 고문으로 위촉한다"면서 "이들은 재임시절 기업의 중요한 경영정보를 다뤘기 때문에 관리 차원에서도 필요하고, 풍부한 경영 노하우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OB들의 자리보전용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그룹들이 비용감축에 나선 상황에서 위촉 고문의 보수로만 수십억원씩 쓴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송두한 국민대 특임교수는 "역량이 있고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사람이 고문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과도하게 너무 많은 수를 위촉하거나 자격이 안되는 사람을 자리보전용으로 위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