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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종로경찰서와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시 50분께 신원미상의 행인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측의 영추문 좌·우측,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공짜' 등의 문구를 적은 뒤 도주했다.
낙서의 크기는 영추문 좌측 길이 3.85m·높이 2m, 우측은 길이 2.4m·높이 2m 정도다.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담장은 좌측은 길이 8.1m·높이 2.4m, 우측은 길이 30m·높이 2m 낙서로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경복궁 담장을 훼손한 낙서에는 'A티비', 'B' 등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적혀 있었다. B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서버를 뒀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도메인을 바꿔가며 운영하다가 27차례나 차단된 끝에 지난 4월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A 또한 유사하게 유료 영상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부터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 등의 전문가 20명을 경복궁 담벼락을 복구하기 위한 작업에 투입했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스프레이 자국이 굳어 석재 표면에 스며들기 전에 작업을 끝낼 수 있도록 영추문 일대와 국립고궁박물관 일대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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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은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영추문 좌·우측 등 훼손된 담장 전체도 사적 지정범위에 포함돼 있다"며 "훼손된 담장에 대해 문화재보호법을 적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경복궁 담장의 철저한 보존·관리 강화를 위해 CCTV를 확대 설치하는 등 문화유산 보호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보호법은 지정문화재에 글씨 또는 그림을 그리거나 새기는 행동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원상 복구 책임을 지거나 복구 비용을 내도록 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17년 9월에는 40대 남성이 사적 제153호인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성 성벽과 주변 학교 등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남성은 성벽 70여m 구간에 욕설과 미국을 비하하는 글귀 등을 적은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