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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 전문연구원이 정리한 '한국-사우디아라비아 투자포럼 성과 현황'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에너지, 인프라, 첨단산업 등 부문의 MOU 및 계약 건수는 51건이었다. 특히 정상회담 직후 개최된 '2023 한국-사우디아라비아 투자 포럼'에서 총 46건의 MOU(40건)와 계약(6건) 체결의 성과가 도출됐다.
특히 이 중에서도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의 불안정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한국석유공사가 사우디 아람코와 체결한 530만 배럴 규모의 공동원유비축 계약은 안정적 자원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유 연구원의 설명이다.
유 연구원이 함께 낸 '사우디아라비아 경제다각화 정책과 한국의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곧 사우디 비전 2030 시기가 도래하고 있고,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재정 수입이 확대되면서 자국 경제구조를 다각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규모 879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15건은 올해 2분기까지 6.5%의 진척률(수주 기준)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이 모두 사우디와의 경협 확대에 뛰어든 모습이다. 건설 협력 분야에선 최근 우리가 수주 실적을 거둔 해수담수화, 전력망 부문에서 중국과 인도 기업의 수주도 이뤄졌다. 태양광 발전에 있어서는 한국을 제외한 3국 모두 수주 성과를 도출했으나 석유화학, 주단조 부문에서는 우리의 수주 실적이 두드러졌다고 유 연구원은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의 협력 희망 분야가 상당 부분 일치하는 모습을 띈다는 것이다. 수소, 전기차, 디지털 등 분야에서 경쟁이 예상된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자국 주도의 다자협의체와 지정학적 조건을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고, 일본은 양자 협력 활성화 및 협력 부문 다각화를 위해 일본-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자국 주도의 다자협의체를 활용해 사우디와의 연대 강화 분위기를 만들며, '일대일로'와 '사우디 비전2030'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인도는 전략적 파트너십 위원회를 통해 양자 간 협력을 정례화하고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등 자국의 지정학적 조건을 사우디와의 경제협력 확대에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일본은 코로나19 펜데믹 완화 이후 정부 간 교류를 크게 확대하고 안정적 원유 수입선 확보 노력과 함께 일본-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지속해서 추진, 일-GCC 협상 재개를 도모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양자간 체결한 MOU가 실질적인 후속 조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수의 정상 및 장관급 회담, 비전 2030 위원회 등을 통해 공고화된 정부 협력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민간협력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과 함께 한-GCC FTA 논의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우리 기업 투자 진출시 리야드 GBC나 SKIV(Saudi-Korea Industrial Village) 등 한국 기업 전용 단지를 활용하면 투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동시에 입주 기업 간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