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세부기준 없고 공사비 급증에 '효과 의문'
공사비 치솟자 건설사들 신규 수주 소극적
"물가 불안 시 공사비 갈등·부실시공 위험 커져"
일각에선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당초 이달 초부터 관련 조례가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세부 기준이 발표되지 않는 등 사실상 연기된 데다 공사비 급증으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부터 도시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를 당초 사업시행 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긴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시행했다.
이는 도시정비사업 과정을 원활하게 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만약 조합이 시공사를 빠르게 선정하게 되면 불필요한 설계 및 인허가 변경 가능성을 줄이고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쉬워지는 등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을 수 있어서다.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서울시 내 재건축(소규모 포함)·재개발 사업장은 총 156곳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당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던 사업장(54곳)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해당 조례의 세부 가이드라인이 아직 나오지 않아 당장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상태여서다.
치솟는 공사비도 걸림돌이다.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에 발을 빼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1.16으로, 동월 기준 2020년(117.95), 2021년(130.70), 2022년(147.16)에 이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 17일 진행된 양천구 신정수정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금호건설만 단독 입찰해 최종 유찰됐다. 지난 11일에는 성북구 성북제2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에서 포스코이앤씨만 단독 참여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미 시공사를 정한 사업지에선 착공 전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심한 경우 의견 차를 끝내 좁히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는 단지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건설원가가 최근 1년 새 30% 이상 올라 '알짜' 사업지가 아닌 이상 사업성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