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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14일 전언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이틀 일정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다. 관례대로라면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참석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일신상의 문제로 현재 외교부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 벌써 20일 가까이 외부 일정을 소화하지 않은 채 잠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려 요양 중이라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왕 위원은 이로 인해 본의 아니게 '대타'가 됐다. 그러나 활약은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 우선 1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24일 만에 다시 만나 미국의 중국 제재를 조속히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당연히 블링컨 장관은 이에 미중 간의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군사 소통 채널 구축 및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과 중국 해커 그룹들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다. 이견이 여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왕 위원이 베이징에서 조우한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블링컨 장관을 두 번째 만났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외교부조차 "이번 회동이 솔직하고 실무적이었다. 건설적이기도 했다"고 밝힌 것은 이 사실을 잘 말해준다고 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왕 위원은 역시 전날 열린 아세안·중국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아세안 각국들과의 단결과 협력을 강조하면서 향후 관계 강화를 역설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아세안 각국 장관들로부터 상당한 공감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왕 위원은 또 같은 날 아세안+3(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서는 일본을 향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배출 문제를 강하게 거론하는 등의 행보도 이어갔다. "무모하게 행동하고 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한국과는 180도 완전 다른 입장 표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환추스바오(環球時報)를 비롯한 일부 관영 언론이 그의 발언을 크게 보도한 것은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이외에 왕 위원은 14일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과도 만나 최근 상당히 악화된 양국 간 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정도 되면 '돌아온 올드보이'라거나 노익장 같은 표현은 무리한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