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실제 사건서 '이중배상금지' 주장…장관 의지 따라야"
이날 인권센터는 법무부가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 추진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현행 국가배상법 2조는 군인·군무원·경찰·예비군대원 등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해 전사·순직하거나 공상(公傷)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는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국가배상법 등을 수정해 '이중배상금지의 원칙 관련 단서에도 불구하고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군인권센터는 "지금까지 군에서 구타, 가혹행위, 성폭력 등을 겪고 사망한 군인의 유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며 "번번이 개헌이 좌초되는 상황이 50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한 장관의 법령 개정 추진 의지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 장관은 이날 오전 법무부 브리핑에서 "해당 법령 개정 추진 계기는 홍 일병 사건"이라고 말했다. 홍 일병은 군 복무 중 2016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인한 뇌출혈로 숨졌다.
홍 일병의 유족은 "군 당국의 치료와 대처가 늦었다"며 2019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올해 2월 법원은 국가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정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이중배상금지의 원칙이 적용된다"며 이의를 신청했다.
한 장관은 "사건 보고를 받고, 장관 주재로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현행 규정상 법 해석 차원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화해권고를 받지 않고, 국가배상법을 개정해야겠다고 보고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장관이 유가족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법령 개정 의지를 발표하는 마당에, 법무부가 지휘하는 실제 사건에서는 '이중배상금지'를 확대 해석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의 화해권고 불수용은 유가족에게 또 한 번 큰 상처를 남겼다"면서 "홍 일병 사건에서 '이중배상금지'를 앞세워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 한 장관 발표가 진정성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는 개정안 시행 시점에 법원 또는 배상심의회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하게 했다. 이에 개정안 시행 뒤에도 '홍 일병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