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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배는 누가 만드나”…조선업계 인력부족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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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철 기자

승인 : 2021. 08. 10. 20:06

"원하청 구분없이 감소, 숙련노동 유출 심각, 신규채용도 없어"
"다단계 하도급폐지하고 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 만들어야"
"젊은 노동자의 신규 진입 늘려 숙련노동자 양성해야 지속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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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의 선박 수주량은 늘고 있지만 정작 배를 만들 인력은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금속노조의 상설연대기구인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10일 ‘조선산업의 인력문제와 대안’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조선산업이 살아났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각 업체가 확보한 신규 선박 주문 수치는 경쟁하듯이 올라가고 있다. 이것만 보면 마치 한국 조선산업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는 듯이 보인다”면서 “실제 한국 조선산업의 빅3라 불리는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지난달 1일 기준 수주목표 달성률은 79.5%로 확인된다. 총 목표액 317억달러 중 252억달러를 이미 달성한 것이다. 중형 조선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년 이상의 조합원 무급휴직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STX조선이나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초에 세운 목표를 초과 달성하거나 가을에는 도크가 풀로 차는 등 호경기를 예상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역시 동부건설로 주인이 바뀌면서 대규모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한국 조선산업은 위기다. 수주를 많이 해와도, 신조선가가 아무리 많이 오른다고 해도 현재 한국 조선산업에는 배를 만들어낼 노동자가 부족하다”면서 “지난 20년간 무차별적으로 조선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계약 해지란 이름으로 조선산업에서 노동자들을 내몰았기 때문에 조선노동자는 플랜트, 건설 산업 등으로 이직해야만 했다. 2021년 현재 아무리 수주를 늘려도 한국 조선소에는 배를 만들 노동자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또 “실제 금속노조 조선분과와 조선노연이 지난 3년간 박종식 노동연구원 박사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HSG 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 조선 8개사의 노동자들의 수는 지난 3년간 꾸준히 감소했다”면서 “2019년 1월 조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수는 원하청 포함 10만1058명이었다. 같은 해 10월 10만7615명으로 고점을 찍은 노동자들의 수는 2017년 5월 말 기준 9만771명까지 떨어졌다. 10% 이상의 노동자가 이미 감소한 것이다. 원청 노동자들의 수 역시 줄어들었다. 2019년 1월 4만3493명의 원청 노동자들의 수는 올해 5월 기준 3만9921명까지 줄었다. 역시 10% 이상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2021년 5월을 기준으로 원청 노동자들의 수는 3만9921명인데 비해 하청 노동자들의 수는 5만850명으로 단순 비교를 해도 하청 노동자의 수가 20% 이상 많다. 그러나 원청 노동자의 상당수가 기술 영업, 일반 사무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므로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기능직 노동자의 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는 정규직 노동자의 200% 이상이다”면서 “문제는 이제는 하청 노동자를 과거처럼 조선산업에서 자유롭게 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건설 산업, 플랜트 산업과 비교하여 조선산업은 힘들고 임금이 박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조선소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공간을 드나들면서 목숨을 걸고 높은 곳에서 쇠를 깎고 용접을 해야 하는 곳이다. 임금 역시 매우 낮아 건설 현장에서 20만원 이상 받는 노동자가 조선소에 오게 되면 14~16만 원 이상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주 52시간이 적용되면서 잔업이 줄어 실질 임금이 줄어들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조선산업으로 더는 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선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자동화가 이미 상당수 이루어진 여타 산업과는 달리 조선산업은 개별 노동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또한 이러한 개별 기술자의 기술력 총합이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조선산업의 노동자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의 주요한 기반이었던 조선소 노동자들의 숙련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신규 채용이 거의 중단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젊은 노동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화된 한국 조선소는 현재와 같은 고용 형태가 반복되면 조선소 노동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실제 현재 조선업계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전면 고용이나 52시간 적용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방법은 결코 한국 조선산업을 살릴 수 없다. 서로간의 소통이 중요하고 기술 전수를 1:1 혹은 선배 노동자들이 후배 노동자들에게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외국 노동자들의 전면 고용은 결국 한국 조선산업의 축소와 청년 노동자들을 조선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몰아내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끝으로 “답은 하나다”라며 “조선소 노동시장은 정규직 노동자 위주로 전면 재편되어야 한다. 조선소는 정규직(원청) 노동자·하청 노동자로 나눈 시스템도 부족해 물량팀, 돌관팀, 프로젝트팀 등 다양한 이름이 붙은 재하청 노동을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름을 무어라 붙이건 결국은 불법 파견이 분명한 다단계 하도급일 뿐이다. 중대재해의 원인이 되는 위험의 외주화도 모두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관련이 있다. 조선산업에 만연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청년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조선산업에서 만들어내어야 한다. 그 길만이 다시 호황기로 접어든 조선산업을 제대로 살리고 조선 노동자들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권오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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