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미술 대모 윤석남, 유럽서 인정받는 김민정 개인전
여성작가 11인 사운드아트 한자리에 모은 '레퓨지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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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작업으로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전형을 마련한 작가에서 이제는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선 이불을 비롯해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리는 윤석남, 한지를 태우는 작업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는 김민정 등의 전시가 관람객을 맞는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서소문본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불-시작’은 이불의 초기작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다.
작가가 활동을 시작한 1987년부터 10여 년간 집중적으로 발표한 소프트조각과 퍼포먼스 기록을 중심으로 드로잉 50여 점과 참여형 조각 1점, 영상과 사진 70여 점, 조각과 오브제 10여 점을 전시한다.
로비에 설치된 ‘히드라’는 1996년 시작한 풍선 모뉴먼트 작업을 재제작한 작품이다. 설치물 주변에 연결된 펌프를 관객이 밟아 바람을 불어넣으면 풍선이 일으켜 세워지는 참여적 조각이다. 전시 기간 총 4만 회 이상 펌프를 밟아야 10m 높이의 완성된 형상을 볼 수 있다. 천 풍선에는 부채춤 인형, 왕비, 여신, 게이샤, 무속인, 여자 레슬러 등 복합적인 여성 이미지로 분한 작가의 초상이 인쇄됐다.
전시실에서는 이불이 기존 조각 전통을 탈피하기 위해 시도한 소프트조각과 관련된 기록을 볼 수 있다. 사람의 살처럼 부드럽고 꿈틀거리는 불완전한 존재를 재현한 조각 3점이 전시된다.
이불은 신체를 다양하게 변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남성중심적인 부조리한 시선과 체계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손과 발이 여럿 달리고 기괴한 몸을 한 소프트 조각을 직접 입고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후 소복을 입고 생선 배를 가르거나, 색동한복을 입고 방독면을 쓰고 부채춤을 추는 등 상징적인 기호를 지닌 비판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이불 작업의 모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이불의 작품은 여전히 앞서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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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학고재 본관에서는 강주룡, 권기옥, 김마리아, 김명시, 김알렉산드라, 김옥련, 남자현, 박자혜, 박진홍, 박차정, 안경신, 이화림, 정정화, 정칠성 등 14인을 그린 채색화와 연필 드로잉, 설치작을 전시한다. 온라인 전시 공간인 학고재 오룸에서는 오광심, 이병희, 조신성, 김향화, 동풍신, 부춘화, 윤희순, 이화경 등 8인의 초상을 추가로 선보인다. 전시는 4월 3일까지.
갤러리현대는 김민정 개인전 ‘타임리스(Timeless)’를 통해 한지를 기반으로 한 작가의 대표작과 신작 등 총 30여 점을 소개한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김민정은 세계적인 미술 기관에서 연이어 개인전을 열고 출판사 파이돈이 최근 펴낸 미술서 ‘비타민 D3: 오늘의 동시대 드로잉 베스트’에 소개되는 등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다. 30년간 한지를 활용한 독창적인 작업을 해온 김민정은 수행하듯 한지를 태우고 그 조각을 섬세하게 배열해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전시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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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루프는 국내외 여성 작가들이 참여해 사운드아트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전시 ‘레퓨지아’를 오는 14일까지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