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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뒤흔든 여성 독립운동가 14인 초상 만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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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1. 02. 21. 11:19

'아시아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展 개막
4월 3일까지 학고재 본관과 온라인서 열려
윤석남의 붉은 방
윤석남의 ‘붉은 방’./제공=학고재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학고재 본관 안쪽 방에 들어서면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의 대형 설치작 ‘붉은 방’을 만난다.

공간 내부에 자리한 50여 개의 나무 조각에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이 추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종이 콜라주 850여 점과 거울 70점이 전시 공간의 세 개 벽을 가득 메운다.

윤석남은 최근 학고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 연작을 하며 붉은 색을 처음 써봤다. 붉은 색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열정과 그들이 흘린 피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윤석남은 가부장적인 동아시아 문화 속에서 반기를 든 여성주의의 움직임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가로 꼽힌다.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역사 속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 연작과 대형 설치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학고재 본관에서는 강주룡, 권기옥, 김마리아, 김명시, 김알렉산드라, 김옥련, 남자현, 박자혜, 박진홍, 박차정, 안경신, 이화림, 정정화, 정칠성 등 14인을 그린 채색화와 연필 드로잉, 설치작을 전시한다.

온라인 전시 공간인 학고재 오룸(OROOM, online.hakgojae.com)에서는 오광심, 이병희, 조신성, 김향화, 동풍신, 부춘화, 윤희순, 이화경 등 8인의 초상을 추가로 선보인다.

윤석남은 앞으로 100인의 여성 독립가 초상을 그리는 것을 장기 목표로 삼았다. 작가는 사진 기록에 근거해 그려야 하는 작업 특성상 자료가 많지 않아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한국의 독립운동사는 남성 위주로 기록돼 있다. 지난 2019년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해 잊힌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하려는 사업이 다각도로 진행돼 그 수가 종전 170여 명에서 470여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전체 독립운동가 1만 5825명 중 3%에 불과한 숫자다. 때문에 이번 작업은 더욱 의미를 갖는다.

학고재 본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박자혜(1895~1943)의 초상을 볼 수 있다. 독립운동가 신채호의 아내이기도 한 박자혜는 3·1운동 당시 간호사로서 부상자들을 치료하다 민족적 울분을 느꼈다. 간호사들을 모아 ‘간우회’를 조직했고, 만세 시위와 동맹파업을 시도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으나 대중에게는 그 이름이 아직 낯설다.

전시장 중앙 벽에는 김마리아(1892~1944)의 초상이 걸려 있다. 3·1운동을 일으키는 데 적극 가담했으며 체포 후 극심한 고문을 겪어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다. 1944년 투병 끝에 숨을 거둘 때까지 독립에 대한 열망과 민족의식을 잃지 않았다.

윤석남은 김마리아에 관해 “일본 경찰이 심문할 때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대답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해방 직전에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했다.


윤석남의 김마리아 초상
윤석남의 ‘김마리아 초상’./제공=학고재
원래 유화물감을 사용해 작업하던 윤석남은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윤두서의 자화상을 본 후 채색화를 그리게 됐다.

그는 “윤두서의 자화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나의 뿌리를 알고 싶었다”며 “채색화를 배우기로 결심한 뒤 서양 재료를 모두 버렸다”고 얘기했다.

윤석남의 초상에서 인물의 손은 크고 거칠게 표현된다. 손은 살아온 삶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신체 부위라 생각해서다. 그는 자립적인 여성의 삶을 대변하는 투박한 손이 작고 고운 손보다 아름답다고 봤다.

윤석남은 이번 연작을 위해 지난 1년 여 간 소설가 김이경과 함께 자료를 조사했다. 김이경은 윤석남이 그린 인물들의 삶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독특한 역사기록으로 풀어냈다. 김이경의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역사를 뒤흔든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이 이번 전시와 함께 출간됐다. 전시는 4월 3일까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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