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현호 사장2 | 0 |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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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국회 국정감사 대비용으로 제출한 문건이 사실상 거짓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의 국정감사를 모면하기 위한 ‘면피성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안현호 사장의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17일 본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KAI의 ‘2020년 연간 전망에 대한 만회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KAI는 하반기 비상경영 시행과 관련한 비용절감 자구안 대부분을 실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주주(26.41%)인 한국수출입은행이 KAI의 경영악화에 따른 자구안을 이미 지난 2월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KAI 측이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9월에서야 제출, 면피성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AI가 제출한 하반기 비상경영 시행과 관련한 자구안에는 크게 ‘비상경영 시행 및 추가확대 검토 중’ ‘수행사업 원가 절감 추진’ ‘리스크 사전관리 체계 및 시스템 구축’ ‘소송 진행현황 밀착 관리’ 등으로 분류돼 있다. 이중 비상경영 시행 및 추가확대 검토 사안에서 ‘임원·실장·팀장 임금 10% 지급 유보 및 우리사주 의무적 매입’과 ‘의료비·근속휴가비·경조금·부임비 등 지급 유보’ 등이 ‘기실행 사항’에 올라 있다. 자구안은 ‘기 시행 사항’과 ‘확대방안 추가 검토 중’으로 나뉘어 있다.
보고서에는 ‘임원·실장·팀장 임금의 10% 지급 유보 및 우리사주 의무적 매입’을 실행했다고 했지만 카이 내부원 취재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이 아닌 수당의 일부를 유보했다. 결과적으로 당초 예상했던 지급 유보금보다 적은 금액만 내놓는다는 얘기다.
KAI 관계자는 “팀장급 이상의 관리자 임금에 수당이 포함돼 있는데, 이 수당에서 50%를 유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리사주 의무적 매입’도 사실과 다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우리사주의 지분율은 1.62%로, 최종변동일은 지난해 12월31일에서 멈춰 있다.
KAI 관계자는 “주식은 개인의 선택이라 강제할 수 없는데 의무적이란 말은 맞지 않는다”며 “임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매입하라고 안내 정도만 한다”고 말했다. KAI 내부에서 수립한 이익 개선 대책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마련한 대책도 축소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실상 경영 개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실행한 사항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의료비·근속휴가비·경조금·부임비 등 지급 유보’가 포함돼 있다. 그런데 돌연 KAI는 지급을 미룬 해당 비용을 이달 내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KAI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어려우니 동참하자는 뜻이었다”며 “유보 개념이기 때문에 경조금 등 복리후생비는 이달 안에 다시 지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AI는 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른 경영 악화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지난 3월 시행한 1단계 비상경영 조치를 지난 10월 2단계로 올렸다. KAI 자체적으로 전망한 올 하반기 실적도 부정적이다. KAI는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2776억원, 287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대비 23%(3951억원), 78%(1005억원) 감소한 수치다.
KAI의 이 같은 자구안은 수년간 방산비리 의혹, 분식회계 혐의, 10조원 규모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사업 수주실패 등의 이유로 기업가치가 급락하자 스스로 대책을 세워서 수익성을 개선하게끔 하기 위한 수은의 조치였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보고서’임이 드러나면서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수은의 관리 감독 소홀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KAI 역시 국정감사 대비용으로 작성된 문건으로 확인된 만큼 ‘대국민 사기극’으로도 비칠 수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안현호 사장의 책임론도 대두된다. 하반기 이익개선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구안이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안 사장이 모를 수 없어서다. 또한 안 사장은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달리 KAI의 주식이 ‘1주’도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KAI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