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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눈꽃 산행 1번지...선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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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승인 : 2020. 12. 15. 11:54

여행/ 선자령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이 강한 선자령은 눈꽃 산행지로 잘 알려졌다.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볼 수 있는 선자령 등산로는 ‘선자령 풍차길’로도 불린다.

올겨울에는 눈꽃, 서리꽃(상고대) 영롱하게 핀 설원이 더 그립다. 순백의 세상에선 언제나 숨구멍이 트였다. 개운한 공기가 좋았고 세속의 홍진까지 감춰진 맑은 풍경이 또 위안이 됐다. 

선자령(1157m)은 강원도 평창(도암면 횡계리)과 강릉(성산면 보광리)을 잇는 고개다. 눈꽃, 서리꽃 구경하기 괜찮은 곳이다. 

일단 눈이 많이 내린다. 선자령은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지방으로 나누는 백두대간에 속해 있다. 동해의 습한 공기와 내륙의 공기가 만나면서 눈을 만든다. 눈 내리면 눈꽃이 화사하게 핀다. 서리꽃이 필 확률도 높다. 서리꽃은 수증기, 안개 등이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핀다. 사람들은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서리꽃을 순수의 상징으로 꼽기도 한다. 동해 바다와 가깝고 고지인 데다 바람까지 강한 선자령에선 서리꽃을 볼 공산이 크다. 선자령은 ‘바람의 언덕’이다. 실제로 정상부에는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돼 있다. 눈꽃이든 서리꽃이든 한 번 피면 센 바람 덕에 잘 녹지도 않는다.

여행/ 선자령
바람이 강한 선자령 정상부에는 키가 작은 나무들이 많다. 여기에 눈꽃, 서리꽃이 피면 장관이다.

선자령은 ‘1000m급’ 봉우리지만 산행이 어렵지 않다. 선자령은 과거에 만월산으로도 불렸다. 산세가 둥근 달처럼 완만하다고 붙은 이름이다. 백두대간에 속해 산 좋아하는 이들이 즐겨 찾던 선자령이 대중적인 눈꽃 산행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완만한 산세 때문이다. 지금도 ‘산’이 아닌 ‘령’으로 불리는 것은 순한 지형 때문이다. 산행 출발지점도 높다. 그만큼 정상까지 거리가 짧아진다. 출발지점인 대관령마을휴게소(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까지 자동차가 간다. 주차장도 넓다. 이곳 해발 고도가 약 840m다. 1157m의 선자령 정상까지 표고차가 약 320m다. 이러니 서울 인왕산에 오르는 것과 비슷한 수고가 든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두 개다. 능선을 타는 ‘능선길’과 계곡 따라가는 ‘계곡길’이다. 대부분은 능선길로 정상에 올랐다가 계곡길로 하산한다. 어른 걸음으로 약 4시간 잡으면 된다. 능선길이 계곡길에 비해 오르기가 조금 수월하지만 두 코스 모두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지 않고 숨이 넘어가는 ‘깔딱고개’도 없다. 아이젠, 스패치 같은 겨울 트레킹 장비만 잘 챙겨가면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다. 

여행/ 선자령
눈꽃, 서리꽃 핀 선자령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선자령
눈꽃, 서리꽃 핀 선자령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능선길은 전망이 좋다. 좋은 여행지는 가슴을 뛰게 할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 선자령은 능선길의 장쾌한 풍광을 품었다. 능선길에서는 시야가 탁 트여 가슴이 후련해진다. 동해와 강릉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통신중계소 옆이나 새봉 등이 전망 포인트다. 거대한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발전기는 멋진 사진촬영 배경이 된다. 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외국처럼 나온다. 풍력발전기 때문에 선자령 등산로에는 ‘선자령 풍차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선자령 풍차길은 백두대간, 경포대, 정동진 등 강릉 명소를 연결한 ‘강릉 바우길’ 1구간이다. 약 150km의 강릉 바우길 중 백미로 꼽는 이들이 다수다. 능선길의 장쾌한 풍광이 큰 몫을 한다. 계곡길은 아늑하다. 잣나무, 낙엽송, 참나무, 속새, 조릿대 등이 군락을 이루며 아기자기한 풍경을 보여준다. 눈이 내리면 이 나무들에 눈꽃이 활짝 피는데 이게 장관이다. 계곡물도 흐른다. ‘선자령(仙子嶺)’이라는 이름은 계곡이 아름다워 선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데서 유래했단다. 

주능선은 완만한 곡선의 연속이다. 특출나게 눈길을 끄는 산세는 아니지만 고원 특유의 밋밋한 산줄기가 독특한 운치를 만든다. 

여행/ 선자령 계곡길
선자령 ‘계곡길’
여행/ 대관령양떼목장
선자령 ‘계곡길’을 따라가면 대관령양떼목장을 볼 수 있다.

정상에 가까워지면 장쾌한 전망에 눈이 번쩍 뜨인다. 사방으로 발왕산(1458m), 오대산(1565m), 황병산(1407m) 같은 고산준봉이 에둘렀다. 겹겹이 포개지는 준봉의 행렬 끝에 망망한 동해가 펼쳐진다. 정상부에는 강한 바람 탓에 키가 작은 나무들이 많다. 여기에 서리꽃이 피면 장관이다. 가다 보면 대관령하늘목장도 보인다. 평창에는 목장이 많다. 대관령하늘목장은 면적이 1000만㎡다. 서울 여의도의 3배 크기다. 아이 손을 잡고 목장을 통해 선자령을 구경하는 이들도 있다. 트랙터마차를 타고 하늘마루전망대에 내리면 선자령 능선길이 보인다. 목장에는 목동들의 이동로를 정비한 산책로, 등산로 등이 조성돼 있다. 계곡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대관령양떼목장도 나타난다. 완만한 곡선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겨울 한기를 녹여준다. 풍력발전기와 목장이 어우러진 이국적이고 서정적인 풍경이 선자령의 또 다른 매력이다. 

선자령은 바다와 산이 같이 볼 수 있어 요즘 같은 세밑에는 마음을 다잡으려는 이들이 많이 온다. 그렇다고 겨울에만 가야할 곳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도 예쁘다. 봄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다. 여름에는 숲이 좋고 가을에는 높고 푸른 하늘이 또 볼만하다. 언제 가도 본전은 건진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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