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현장에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노래 울려 퍼지기도
"가사 번역해 공유, 좋아하는 구절 한국어로 외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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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콕 도심에서는 수천~수만 명이 모여 군부가 제정한 헌법 개정·쁘라윳 총리 퇴진·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닷새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당국은 지난 15일 ‘5인 이상의 정치 집회 금지’를 포함한 비상 포고령을 발령했으나 시위대는 곳곳에서 게릴라 형식으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한 동영상이 큰 이목을 끌었다. 방콕 시내 도심에서 마스크를 쓴 채 소녀시대의 ‘다만세’에 맞춰 춤을 추고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이었다. 이 동영상은 20일 현재 4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공유됐다.
반정부 시위에 참석하고 있는 대학생 C씨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해당 동영상을 봤다. 동영상 속 장소에 있진 않았지만 시위 중간중간 소녀시대의 ‘다만세’를 틀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노래가 한국에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당시에 경찰에 맞서 부른 노래라고 알고 있다. 다른 친구들이 이 노래가 성소수자(LGBT)·페미니즘·홍콩 민주화 운동 등의 시위에서도 널리 불린다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P씨도 “한국어를 잘 모르지만 케이팝을 좋아하는 다른 친구들이 가사를 번역해줘서 뜻을 잘 알고 있다. 집회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도 의미가 각별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P씨는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란 구절을 가장 좋아해 한국어로 외웠다고도 덧붙였다.
소녀시대의 ‘다만세’는 지난 2016년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던 당시 경찰에 맞서 투쟁가로 불리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촛불집회 등 주요 집회에서 민중가요를 대신해 곳곳에서 불리기 시작했는데 한국을 넘어 태국에서도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집회에 케이팝이 등장한데 이어 케이팝 팬클럽도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19일 현지매체 카오쏫에 따르면 케이팝 팬클럽들은 약 300만 바트(1억 962만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소녀시대 팬클럽이 약 78만 바트(약 2844만원)로 가장 많은 성금을 모았다. 슈퍼쥬니어 팬클럽인 엘프는 24시간도 안돼 70만바트(약 2554만원) 성금을 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엑소(EXO)·갓세븐·NCT·뉴이스트·몬스타엑스 등 유명 케이팝 그룹의 팬클럽들도 상당한 액수의 성금을 전달했다.
배우 출신 활동가인 사이 짜린뿌라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성금으로 헬멧·우비·장갑·안전모 등 4000여개의 물품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케이팝 팬클럽의 활약은 성금모금에만 그치지 않았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태국 팬들이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다른 국적 팬들에게도 태국의 상황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을 고등학생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아시아투데이에 “케이팝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운 팬들이 많다. 이들이 태국 상황을 알리는 문구를 번역해 각 팬클럽마다 공유하고 있다. 그 문구를 받아 해시태그 등을 통해 태국의 상황을 알리고 함께 걱정해달라고 호소한다.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 등 여러나라의 아미와 다른 팬클럽들이 함께 호응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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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포고령에도 불구, 반정부 시위가 확산함에 따라 전날 쁘라윳 총리는 20일 내각회의에서 휴회 중인 의회가 특별회기를 열어 불안한 정국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