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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테헤란로 당근마켓 본사에서 동네 기반 중고거래·지역 생활 앱을 이끄는 김용현 공동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6월 말 기준 월간이용자(MAU)가 890만명을 돌파했다”며 “앱이 단순하기 때문에 이용자 폭이 다양하다. 비밀번호 설정도 없고 휴대폰 번호로 문자인증만 받으면 가입이 가능하고 글쓰기도 쉬워 60·70대 비중이 10%를 넘어설 만큼 어르신들의 참여가 높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은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 사이트에서 필수적으로 기입해야 하는 결제인증, 본인인증, 환불계좌 등록 등 복잡한 과정을 과감하게 뺐다. 또한 당장의 수익 실현보다는 동네기반 활동 반경 제한, 직거래, 수수료 무부과 정책 운영으로 건전한 중고거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뚝심 있게 끌고 왔다.
김 대표는 “거주지 반경 6㎞로 제한하는 정책은 창업부터 5년간 지켜온 콘셉트”라며 “이용자들이 반경을 넓혀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콘셉트 자체가 동네마켓이고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반경 내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용자가 늘어날 경우 반경을 4㎞까지 줄일 계획이지 활동 범위가 넓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최저가만 팔리는 시장이 형성됐는데 당근마켓이 등장하면서 흥정하고 덤을 주는 과거 오일장에서 볼 수 있던 정이 넘치는 시장이 다시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근마켓에서는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준 사례, 바퀴벌레를 잡아달라는 글 등 훈훈한 에피소드가 SNS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대란 때도 당근마켓에서는 장당 2500원에 마스크 구매가 가능했다. 가격제한 정책을 실시하며 당근마켓이 이용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당근마켓은 과도하게 광고를 늘리기 보다는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유지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중고거래를 통한 수수료도 받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광고 요청을 하는 기업들이 많으나 수익모델을 성급하게 고민하지 않고 사용자를 더 많이 확보하고 체류시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카카오톡처럼 이용자수가 많아지면 걸맞은 비즈니스모델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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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중고거래를 넘어 동네에서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앱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동네 주민 간 연결, 업체와 주민 간 연결 등 생활권 반경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하이퍼로컬시장에서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배달서비스, 동호회, 돌보미 서비스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근마켓은 중고문화가 정착한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영국 맨체스터, 버밍험, 사우스햄튼, 리버풀, 셰필드 지역에 진출했으며 분기별로 1~2개국씩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유럽은 중고거래가 활성화됐지만 활성화된 모바일 기반 중고앱이 없기에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며 “한국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은 영국의 경우 거래 범위를 15㎞로 조정하고 스티커 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서구권에서는 당근이 캐릭터를 빼는 등 현지화 전략을 세워서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당근마켓이 창립 5년 만에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던 배경에는 자율과 책임, 신뢰와 충돌의 기업문화가 밑바탕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연차에 제한이 없어 직원들이 쉬고 싶은 만큼 쉬고 성과에 책임을 지는 자율과 책임이 따르는 기업문화와 신뢰와 충돌이 당근마켓의 한 축”이라며 “대기업의 경우 관계나 수직적인 관계 때문에 충돌을 피해 덜 좋은 안이 실행되기 마련인데 우리는 신뢰관계를 베이스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충돌한다. 결국에는 충돌을 해서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