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플렛폼·노면소음 저감 기술 등 적용…승차감·정숙성 두마리 토끼 잡아
제네시스 정체성 'Two Line' 제시
22인치 타이어 장착 5인승 4WD 모델, 실 연비 7.9㎞/ℓ
|
GV80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기술이 집대성된 모델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초’라는 수식어가 끊이지 않고 따라 다닌다. ‘국산차 최초의 직렬 6기통 디젤 엔진’ ‘브랜드 최초 후륜구동 SUV’ ‘현대차 최초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 ‘브랜드 최초 개인맞춤형 판매 방식’ 등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움의 집합체가 GV80이다.
GV80은 현대정공에서 출시했던 갤로퍼부터 시작된 현대차그룹의 SUV 제작 노하우와 제네시스가 10여년간 쌓아온 럭셔리 이미지, 그리고 그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육성되고 있는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력이 잘 융합되면서 기대 이상의 결과물로 탄생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GV80이 럭셔리 SUV로서 해외 완성차 업체의 모델들과 당당히 경쟁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에 쏠리고 있다. 일단 첫 인상은 긍정적이다. 출시 첫날 1만5000대 계약된 것은 기대 이상으로 고무적인 결과다. 악플에 시달렸던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도 실물을 본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잔존가치를 높여줄 파워트레인·구조적 내구성만 증명하면 된다. 어찌 보면 GV80의 성공을 평가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
지난해 유출된 GV80의 외관과 인테리어 디자인 사진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사실 좋지 않았다. 제네시스가 공식 출시 직전 내놓은 렌더링 이미지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던 만큼 GV80의 실제 모습에 대한 기대 또한 높지 않았다.
GV80의 전면 디자인은 G90으로부터 물려받았다. 방패 모양의 대형 크레스트 그릴과 네 개의 램프로 이루어진 쿼드램프는 G90의 그것과 유사하다. 달라진 점이라면 크레스트 그릴 상단에서 하단으로 떨어지는 라인이 G90과 달리 안쪽으로 완만한 각도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자면 슈퍼맨 가슴 문양 같던 그릴이 제네시스 엠블럼의 오각형처럼 변화됐다 하겠다. 실제로 15일 출시행사에서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도 제네시스 엠블럼을 전면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고 설명했고, 제네시스도 친절하게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날개 형상의 제네시스 엠블럼이 GV80 크레스트 그릴과 쿼드 램프로 변화하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
그동안 사진 속에서 확인된 GV80 전면 디자인은 크레스트 그릴의 비율이 과할 정도로 크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들어 SUV에 대형 그릴을 적용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 이해하기에도 조금 부담스러운 수준의 크기로 전해졌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느낌은 사뭇 달라진다. 그릴 중심에서 5개의 꼭짓점으로 뻗어나가는 방사형 형태의 G90 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이런 차이는 아마도 쿼드램프가 가로 직선 형태로 배치되고 그 길이가 그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으면서 나타난 왜곡현상으로 보인다. 만약 쿼드램프 길이를 조금더 길게 배치하고 크레스트 그릴을 조금 작게 적용했다면 더 균형 잡힌 인상을 만들어 냈을 듯싶다.
|
제네시스는 GV80을 공개하며 쿼드램프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엠블럼의 날개부분을 2개의 선형태의 쿼드램프로 표현했다는 점과 이 2개의 선은 앞으로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갑작스런 의미 부여라는 평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동안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줄 시그니처를 만들어 내지 못했던 제네시스에게 긍정적인 신호라 할 만하다.
그동안 제네시스는 라디에이터 그릴 모양으로 정체성을 만들려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그릴 디자인이 변할 때 마다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제품 정체성을 창조하려 노력했다. 제네시스BH의 삼엽충 형태의 그릴에서 제네시스 DH·G80·G70에 적용된 헥사고날 그릴로 변화할 때도 그랬고, G90에 적용된 그릴 또한 일반인이 보기에는 기존 디자인과의 연결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제시한 ‘2개의 선’은 제네시스 만의 변하지 않는 시그니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다만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부사장이 “이 두 줄이 제네시스(Two Line is GENESIS)”라고 말한 것처럼 향후 제네시스 디자인에서 2개의 라인이 영속성을 갖고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싶다.
|
◇수평적 디자인으로 안정감을 꾀했다…기대 이상의 인테리어 디자인
지난해 유출된 사진 속 GV80은 무엇인가 부족해 보이는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혹평 아닌 혹평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출시된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모하비 더 마스터의 인테리어에도 못 미친다며 럭셔리 브랜드와 걸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제네시스 측은 ‘한국만의 여백의 미’를 형상화했다고 설명했지만 대중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았다.
‘여백의 미’. GV80 실내를 실제로 처음 본다면 이 단어는 언뜻 떠오르지는 않을 듯 싶다. 다만 과장된 센터콘솔과 센터페시아는 사라지고 단순하지만 조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체의 인테리어의 선은 수평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앉았을 때 불안감 보다는 심리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
센터페시아는 다른 SUV와 달리 완만한 각도로 물흐르듯 디자인 되며 전체 디자인 요소인 수평적 안정감을 거든다. 무엇보다 터치타입 공조시스템은 기아 노브에 가깝게 붙어있던 모하비 더 마스터와 달리 에어벤트 바로 아래쪽에 배치되면서 조작편의성을 높이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은 좋은 선택이라 할 만하다. 센터콘솔에도 변속다이얼과 통합컨트롤, 트레인·주행모드 다이얼만 배치해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만들어 냈다. 다만 트레인·주행모드 다이얼이 센터콜솔 박스에 너무 가깝게 위치해 운전자는 주행모드 조작의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
|
◇럭셔리를 추구하는 퍼포먼스와 승차감·정숙성
그동안 럭셔리 SUV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BMW·랜드로버 등 수입차의 독무대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그동안 구호로는 럭셔리를 부르짖었지만 결과물 자체는 럭셔리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동차 역사가 그만큼 짧은 탓도 있었지만 럭셔리 브랜드 자산을 구축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도 있었다. 국내 1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는 일본 렉서스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2003년부터 공을 들였고, 그 결과물이 제네시스다. 2008년 제네시스BH를 출시한 이후 2015년 브랜드가 현대차에서 독립할 때까지 제네시스는 분명히 기존 현대·기아차에 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은 맞지만 럭셔리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냈는가에 대한 답은 명확치 않았다.
|
GV80은 국내 완성차 업계 처음으로 직렬 6기통 3.0 디젤 엔진이 적용됐다. 이는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것 뿐 아니라 럭셔리 모델의 핵심인 정숙성과 냉각효율성 등을 고려한 최상의 선택이다. 모하비 더 마스터에 적용된 V6 3.0 디젤엔진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22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4WD 5인승 모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행성능·승차감 모두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이라 하겠다. 직렬6기통 엔진이 뿜어내는 힘은 차체를 부족함 없이 밀어 붙인다. V6 3.0 디젤 엔진에서 느껴지던 다소 느리고 무거운 반응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팰리세이드에 적용된 2.2디젤 엔진과 비교해도 더욱 경쾌하고 직관적인 반응이라 하겠다.
저속주행에서 엔진이 다소 터프하게 반응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디젤 엔진 특성치고는 안정감이 있다. 고속주행에서는 디젤엔진이라는 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움을 갖췄다. 디젤 차량이 2~3년이 지난 후 진동이나 소음이 늘어나는 현상은 차후 내구성 문제니 여기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가속패달을 밟는 즉시 발현되는 힘은 운전하는 재미도 선사한다.
|
다만 공차중량이 2300㎏에 달하는데다 승차감을 위해 코일 강성을 조절해서 인지는 몰라도, 360도로 돌아나가는 회전 나들목에서는 차체가 쏠리는 현상이 다소 나타난다. 스티어링휠에 R-MDPS 방식이 적용된 만큼 급격한 차선변경에서도 빠른 반응성을 보이고 차체도 그에 맞게 순발력을 발휘한다.
최초로 적용된 2 포크 스티어링 휠은 수평적 인테리어 감성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부분이다. 우선 2포크 형태다보니 스티어링 휠에 적용된 조작버튼 위치가 3포크나 4포크에 비해 아래쪽에 자리한다. 때문에 스티어링 휠을 잡은 각도 상 버튼 조작이 다소 불편하다. 또한 스티어링 휠 두께가 일반적인 것보다 두꺼워 그립감이 현저히 낮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손이 작은 사람이라면 이 불편함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
특히 RANC는 차량내 정숙성을 극대화 해준다. 시승차의 경우 22인치(265/40) 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주행 중 노면 소음이 거의 유입되지 않았다. 웬만한 중형 가솔린 엔진 차량보다도 높은 정숙성이다. 차체 하부에서 발생하는 공명으로 인한 진동이 발바닥에 느껴지기는 하지만 의식하지 않는 한 느끼기는 힘들다. 다만 100㎞/h를 넘기면 A필러 부분에서는 미세한 풍절음이 느껴질 수 있다. 창문을 개방했을 때와 안했을 때의 소음의 차이가 크게 느껴질 만큼 제네시스의 정숙성 확보 노력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타이어도 승차감을 높이는 한 요인이다. GV80 22인치 휠에는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A/S 타이어가 들어간다. 이 타이어는 소음을 줄이는 패턴을 적용하는 등 고급 주행감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제품이다. 핸들링과 그립력이 우수한데다 승차감을 높이기 위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120㎞ 구간(도심 8㎞, 고속 30㎞, 일반도로 2㎞)에서 진행된 시승에서 GV80은 안정적이면서 파워풀한 주행과 함께 높은 실내 정숙성을 보였다. G90 V8 5.0 가솔린 모델에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GV80의 승차감은 럭셔리 최고급 세단의 느낌과 SUV 감성 간 절충점을 잘 찾은 느낌이라 하겠다.
다만 연비는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다. 5인승 4WD 22인치 타이어 적용 차량의 공식 복합연비는 10.6㎞/ℓ지만 시승구간에서 기록한 연비는 7.9㎞/ℓ 수준이었다.
|
◇차량을 지배하는 듯한 운전자 감성
GV80에는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적용됐다. 브랜드 최초 기술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 기술이 집약되면서 운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기술은 자동차선 변경 기능이었다. 이 기능은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 (HDA II) 상황에서 방향지시등 스위치 조작 시 스티어링 휠 제어로 차선 변경을 도와준다. 스티어링 휠의 물리적 조작 없이 차선을 변경할 수 있는 기술인만큼 장거리 운전 시 유용한 기능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차선 변경 기능을 작동시킨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조작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롭고, 섬세한 조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기능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방향지시등을 완전히 올리거나 내리지 않고 중간정도 위치에서 잡은 상태로 2~3초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기능이 실행되면 방향지시등을 완전히 올리거나 내린 후 차선이 변경되면 방향지시등을 물리적 힘을 가해 꺼야 한다. 만약 방향지시등을 끄지 않으면 차량은 스스로 다음 차선으로 추가 차로변경을 해버린다.
이 기술은 향후 자율주행차 기술이 더욱 고도화 되면 업그레이드되겠지만 GV80에 적용된 수준은 사실 운전자에게 편한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이런 신기술이 적용됐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
새로운 기술인만큼 높은 관심이 있는 기능이었지만 윈드실드에 직접적으로 투사되지 않는 한 실용성은 그리 높지 않을 듯싶다. 무엇보다 GPS 신호 수신 차이 때문인지 방향지시 표시가 다소 늦게 반응하는 경우가 나타나곤 한다. 전체 지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만큼 자칫 도로 출입구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또한 실제 윈드실드를 보듯이 실제 화면이 보여지면서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제네시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GV80은 제네시스의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다. GV80 성공이 곧 브랜드의 성장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제네시스도 GV80의 품질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듯하다. 옵션을 다해 최대 8800만원 수준의 가격이라면 럭셔리 SUV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GV80을 시승한 느낌만을 고려하면 차량 성능도 수입차에 결코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하겠다. GV80이 미국에서 출시되는 올 여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