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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팔고는 싶은데”…‘매각 딜레마’ 빠진 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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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승인 : 2025. 01. 20. 18:00

유동성 위기설에 M&A '뜨거운 감자'
롯데웰푸드 '제빵' 떼어내 통매각 등
유휴자산 정리·재무건전성 강화 사활
세븐일레븐ATM 매각 1년째 제자리
'시장 눈독' 하이마트는 몸값 안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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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중이다. 지난해부터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면서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접고, 유휴 자산을 정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롯데렌탈'을 시작으로 여러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다만 롯데가 '팔고 싶은' 매물과 투자자들이 '사고 싶은' 매물 사이에 눈높이 차가 생기며 최근 '매각 딜레마'에 빠졌다는 시각도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총 56.2%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1조60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올초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의 제빵 사업 부문을 분리해 통매각을 추진할 전망이다. 지난해 증평 공장을 약 210억원에 매각하기 위해 신라명과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불발되면서 수원·부산 공장까지 포함시켜 매각하는 자산효율화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 측은 20일 공시를 통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지만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으로 일부 생산시설이 중복되면서 투자시장에서는 투자자만 나선다면 매각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밖에도 지난해부터 세븐일레븐의 ATM 사업부문을 분리시켜 매각을 추진 중이며 롯데백화점의 부실 점포인 부산 센텀시티점도 매물로 내놓고 있다.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인 롯데케미칼도 미국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LC(이하 LCLA)의 유상증자 지분 40%를 처분해 6600억원을 조달한데 이어 라인프로젝트 수행주체인 PT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LCI) 지분 매각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알짜사업'인 롯데렌탈 외에는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일례로 지난해 초 매물로 나온 세븐일레븐 ATM 사업부문은 여전히 팔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롯데가 "팔지 않겠다"고 밝힌 알짜 매물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다. 롯데캐피탈과 롯데하이마트, 롯데칠성음료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동 부지 4만2312㎡가 대표적이다. 이들 '몸값'만 다 합쳐도 4조~5조원이다.

특히 롯데캐피탈은 롯데그룹의 대표적 캐시카우다. 롯데가 2017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했을 때도 팔지 않은 알짜회사다. 대신 롯데그룹은 일본에 롯데파이낸셜을 설립해 롯데지주, 롯데건설,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등이 보유한 롯데캐피탈 지분을 사들여 2020년 6월 최대주주회사로 만들었다. 롯데캐피탈 지분 51%를 보유한 롯데파이낸셜의 최대주주는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다. 롯데파이낸셜과 LSI의 대표에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이 올라 있는 만큼 롯데캐피탈의 매각은 쉽지 않다.

매각 물건으로 자주 오르내리는 롯데하이마트도 계속된 실적 부진으로 제값을 받지 못할 거란 예상에 쉽사리 매각 테이블에 올려놓지 못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신동빈 회장이 취임 이후 진행한 첫 조(兆) 단위 빅딜이다. 2012년 주당 8만1026원에 총 1조2480억원을 투입해 지분 65.25%를 인수한 곳이다. 하지만 한때 2조원에 달하던 롯데하이마트의 시가총액은 20일 현재 1820억원에 그치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다 해도 1조원대 가격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롯데칠성음료의 서초동 부지도 알짜 지역인 만큼 보유하고 있어도 자산가치가 올라 당장 매각이 급하지 않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부진한 사업을 분리해 매각하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알짜매물에 더 관심이 높아 롯데가 추진하는 자산효율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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