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전범국인 일본은 독일과는 대조적이다. 패전 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침략전쟁과 범죄에 대한 형식적인 사과에 그쳤을 뿐이다. 오히려 역사교과서를 통해 침략전쟁을 미화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며 주변국가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과에도 ‘기술’이 필요하다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최근 유명 인플루언서인 ‘임블리’ 임지현씨를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호박즙 곰팡이로 촉발된 사건은 디자인 표절 의혹과 소비자 불만 사례가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의 집단소송도 예고되고 있다. 사건 초기에 발생한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품질향상에 힘쓰기보다 피해자 계정주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소비자들이 불신하게 되고 등을 돌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달여 만인 지난 20일 쇼핑몰 ‘임블리’를 운영하는 부건에프엔씨는 기자회견을 갖고 식품사업 전면중단과 임지현 상무의 보직해임 등을 통해 진화에 나섰으나 한번 떨어진 신뢰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임블리’ 임지현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진정성에 대한 논란을 부채질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감안하면 임블리측으로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그런 면에서 초기 대응이 두고두고 아쉬울 만하다. 그간 남양유업이나 대한항공의 사례를 통해 신속하면서도 진정성 담긴 사과, 덮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닌 사건 복기와 재발 방지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익히 봐 오지 않았는가. 결국 사과는 하는 쪽이 아닌, 받는 쪽을 얼마나 헤아리고 마음을 움직일 만한 진정성을 담고 있는지가 생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