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일대일로 참여 미얀마, ‘글로벌 불법 약물 무역 중심지’ 되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90109010005518

글자크기

닫기

이민영 기자

승인 : 2019. 01. 09. 17:18

KakaoTalk_20190109_150844180
세계 최대 마약 생산지 ‘골든 트라이앵글’에 위치하고 있는 미얀마가 중국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향후 ‘글로벌 마약 무역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무역량이 증대되고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 오히려 불법 약물 유통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

스트레이츠타임스의 9일 보도에 따르면 비정부기구(NGO)인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최근 보고서를 발표, 미얀마 뱅갈만 인근 도시 차욱퓨와 중국 윈난성 쿤밍을 연결하는 1700km 규모의 중국-미얀마 경제회랑(CMEC)으로 인해 미얀마가 ‘마약 유통 허브’로 거듭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추진을 통해 미얀마의 인프라가 확대되고 무역이 증대됨으로써 세계 최대 마약 생산지로 알려진 미얀마·라오스·태국의 국경지대,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이뤄지는 마약 운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또 중국이 미얀마에서 제조되는 불법 마약에 사용되는 전구물질(화합물을 합성하는데 있어 필요한 재료가 되는 물질)의 주요 제공자라고 지적했다. 각성제의 일종인 메스암페타민(일명 필로폰)·헤로인 등을 생산하는 미얀마 샨주(州)의 무장 분리주의 단체와 중국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에 따라 대만으로 탈출한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이 국경을 맞댄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의 샨주를 침범했으며, 당시 중국은 버마 공산당(BCP)을 지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버마 공산당이 붕괴하며 파생된 무장 분리 단체들과 중국이 이데올로기적·문화적으로 친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 패트릭 윈 동남아시아 조직범죄 전문가는 “중국 국공내전의 흔적을 오늘날 이뤄지고 있는 마약 거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중국 입장에서는 미얀마의 무장단체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만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건설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이 관계는 향후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얀마는 현재 헤로인의 기본 원료인 아편을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나라다. 아프가니스탄이 아편 시장을 장악하기 전인 1970~1980년대에는 세계 아편 생산의 선두주자이기도 했다. 최근엔 메스암페타민과 같은 저가 합성 마약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 유엔에 따르면 미얀마는 올해 최대 규모의 메스암페타민 생산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인근 국가들에서 지난 2년 간 기록적으로 많은 양의 메스암페타민이 압수됐다는 점에 미뤄볼 때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미얀마산 메스암페타민은 말레이시아(지난 2년간 압수량 1.2t)와 인도네시아(1.6t), 그리고 호주 서부지역(1.2t)을 거쳐 호주 동부 멜버른(0.9t)까지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 약물 거래가 활성화되면 미얀마에서 1948년 독립 이후 70년 간 이어져 온 정부군 대 반군 혹은 반군 대 반군의 무력 분쟁 해결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무장 단체들이 마약 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이 내전 자금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 국제위기감시기구는 “(마약 유통으로 인해) 이익이 늘어날수록 내전 문제 해결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샨주뿐 아니라 미얀마의 모든 국민들이 이로 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민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