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란, 경제 위기로 인해 중산층 몰락…대이란 제재 여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81227010016983

글자크기

닫기

김지수 기자

승인 : 2018. 12. 27. 14:31

Iran Carpets <YONHAP NO-3200> (AP)
사진출처=/AP, 연합
미국의 제재가 이란 중산층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속한 통화공급 확대 등 정부의 정책 실패와 대(對) 이란 제재 부활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이 맞물리면서 치솟은 인플레이션이 중산층들로 하여금 직장과 자택을 모두 잃고 곤궁한 신세에 빠지도록 하고 있는 것. 이란은 상대적으로 중산층의 범위가 넓은 편인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산층의 절반이 감소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란인 카베 타이무리 씨는 얼마 전만 해도 번창하는 컴퓨터 액세서리 사업을 하고 있었다. 새 자동차는 물론 테헤란 중심가의 방 2개짜리 아파트를 세 놓으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그는 시내 중심가에서 한 시간 떨어진 빈민가에 위치한 45㎡(약 13평)짜리 셋집에서 낡아빠진 오토바이를 타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신세가 됐다. 그의 새 직장은 대형 상가건물에 있는 한 매장.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 반이 넘는다. 하지만 타이무리 씨의 아내는 상황이 훨씬 좋아진 것이라며 “최소한 남편이 잠자는 동안 소리를 지르는 일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타이무리 씨 가족의 ‘추락’은 최근 이란의 중산층 가정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뒤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던 이들 중산층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택 융자금을 갚을 만한 충분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수백만 명의 중산층 이란인들이 하루 아침에 생계가 쪼그라드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

KakaoTalk_20181227_180128611
이란 경제는 수년간 이어져 온 정부의 실정과 미국의 제재 부활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란 정부는 예산 적자 및 여타 지출을 메우기 위해 너무 많은 현금을 시장에 풀었다. 지난 10년간 풀린 현금보다 30%나 많은 현금이 불과 1년 새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 같은 급속한 통화공급 확대는 물가폭등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이란 출신의 자바드 살레-이스파하니 버지니아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1년 전만 해도 10%에 못미치던 인플레이션이 현재는 35%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에 다시금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란 리얄화는 엄청난 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달러 대비 리얄화 가치는 최근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기 전까지 70%에 달하는 하락세를 겪어야 했다.
이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인상되면서 인플레이션은 더욱 악화되고, 타이무리 씨가 운영하던 업체처럼 수입품 의존도가 높았던 영세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타이무리 씨가 수입하던 외장 하드디스크의 이란 수입 가격은 이전과 동일한 90달러지만 리얄화 가치가 추락한 탓에 300만 리얄이던 것이 1800만 리얄까지 치솟았다. 타이무리 씨 가족의 한 달 수입은 1년 전 5000만 리얄, 1400달러(약 157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000만 리얄, 90달러(약 10만원)에 불과하다. 타이무리 씨는 “만약 1년 전 누군가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으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라며 씁쓰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구 8000만여명의 이란은 변호사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로부터 버스 운전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두가 중산층의 범위에 들 만큼 중산층의 범위가 넓었다. 이들은 한 달 평균 700달러(약 78만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암시장이 커 비공식적인 부업으로 추가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많았던데다 수도·전기·식료품·유류 등에 대한 정부 보조금도 이들 중산층의 안정적인 생활을 뒷받침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핫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고문을 지낸 압바스 토르칸은 최근 이란의 중산층이 50%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란 경제학자 파이제 포루잔은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단기적으로 볼 땐 중산층 가운데서도 잘사는 축에 들던 사람들은 사치품과 과잉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이들도 투자 감소로 인해 똑같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