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올해 들어 은행들의 모바일 앱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여러 개의 앱을 하나로 합치거나, 꼭 필요한 앱을 제외한 일부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간소화’ ‘고도화’에 방점을 두는 추세다. 지난 2월 가장 먼저 통합앱을 내놓은 신한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도 오는 12월 통합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며, KB국민·우리은행은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을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바꾸고 있다. 누구나 쉽게 모바일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앱 디자인을 간소화하면 사용이 쉬워질 뿐 아니라 실행 속도도 빨라진다.
시행착오 끝에 전략을 수정했지만, 소비자들과 전문가들의 볼멘 소리는 여전하다. 트렌드를 쫓아 앱을 만들고, 없애고, 통합하는 단순 대응은 결국 사회적 비용만 키울 수 있다며,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을 개편했다. 앱 초기 화면 로딩 시간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했고, 데이트 항목도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 위주로 간소화해 로딩 시간을 줄였다. 추가 개편 작업도 추진 중이다. 기존에 별도 앱으로 가능했던 인증·신분증 스캔 기능을 담아 편의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3월 모바일뱅킹 ‘위비뱅크’ 개편 완료를 목표로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UX·UI와 서비스 메뉴를 개편하고 상품을 재구성해 유연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관리자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 맞춤형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12월 NH스마트뱅킹과 스마트알림·금융상품마켓 등 5개 앱을 하나로 합친 통합 앱을 내놓을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속도(Speed), 보안(Security), 단순(Simple)’ 등 3S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통합 모바일뱅킹과 간편 송금결제 ‘올원뱅크’ 두가지 앱을 필두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의 앱에 여러 기능을 추가할 경우 속도가 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간인 올원뱅크는 가입자의 80%가 사용하는 앱이기 때문에 통합 모바일뱅킹 앱과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의 주먹구구식 전략은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시중은행 IT 담당 관계자는 “은행들이 다양한 IT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으나 초기 단계인 만큼 일관성 있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차별성 없이 고객 유치를 위한 과당 경쟁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장기 로드맵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