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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허벅지와 박지성의 심장, 그들의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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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18. 08. 05. 14:00

이재성 입단 홀슈타인 홈피
이재성(오른쪽 두 번째)이 입단식을 갖고 있다. 사진=홀슈타인 킬 홈페이지
이재성(26·홀슈타인 킬)의 허벅지를 직접 보면 축구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웬만한 일반인보다 더 얇은 느낌도 든다. 지난해 말 한 행사장에서 만난 이재성은 허벅지가 너무 빈약한 것 아니냐고 묻자 “재보지는 않았지만 허벅지 둘레가 두껍다고 많이 뛰는 것은 아니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렇게 얇은 허벅지로 그렇게 많이 뛰는 것이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자 이재성은 “일반 체력과 실전 체력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재성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작은 체구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또래에 비해 작고 주목도 덜 받았지만 이재성은 스스로가 밝힌 롤모델 박지성(37)의 성실한 플레이를 보고 배우며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웠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시절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박지성의 전매특허 역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니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여기에 이재성은 영리함을 더했다. 무명이던 이재성을 발탁해 K리그 최고의 별로 키워낸 최강희(59·전북 현대)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한창 주목받던 전북 현대의 두 신예 이재성과 김민재(22)를 놓고 “민재는 재성이처럼 볼을 영리하게 찰 줄 모른다”라고 농을 곁들여 얘기할 만큼 이재성의 지능적인 플레이를 높게 평가했다.
이재성이 지난 4일(한국시간) 가진 2018~19 독일 분데스리가2(2부 리그) 1라운드 함부르크와 원정 개막전에서 도움 2개를 올리며 소속팀의 3-0 완승을 견인했다. 이날 선발 출전한 이재성은 후반 11분 측면에서 돌파 후 침착하게 공을 내줬고 메퍼트의 골을 도왔다. 후반 33분에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완벽한 패스를 넣어 킨솜비의 득점을 만들었다. 경기 후 독일 언론 빌트가 “이재성은 전북 현대에서 고작 90만 유로(약 11억8000만원)를 주고 영입한 선수“라고 가성비를 강조할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2부 리그지만 이재성의 활약이 하루 종일 화제를 모았던 건 그의 성실함과 영리함이 10여 년 전 박지성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일본과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에서 꽃을 피운 박지성처럼 독일에서 성공을 예감하고 있는 이재성의 행보는 우연이 아니다. 삼형제 중 막내인 이재성은 자신보다 먼저 축구를 시작한 둘째 형 이재권(31·부산 아이파크)을 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고려대 시절까지 무명에 가까웠지만 전북 유니폼을 입고 명조련사 최 감독의 눈에 들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조용히 내공을 다져온 이재성의 성공 스토리가 본격 막을 올렸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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