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중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짜 프로그램(open software/free software)도 있고, 일정한 조건이나 기간 내에서만 공짜로 쓸 수 있는 쉐어웨어(shareware) 프로그램도 있으며, 돈을 주고 사서 써야 하는 유료 프로그램도 있다.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저작물이므로(저작권법 4조 1항 9호), 공짜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정당한 대가를 저작권자에게 지급하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불법복제파일 공유 사이트와 같은 소위 ‘어둠의 경로’를 통해 유료 프로그램을 구한 뒤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아직까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료 소프트웨어의 공짜 사용’은 언제나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일까?
저작권자의 권리는 보호돼야 하지만 그 권리 범위가 무제한일 수는 없다. 저작권자의 권리와 저작물을 이용하는 일반 대중의 권리는 풍선과 같은 것이어서 어느 한쪽만 강조하면 다른 쪽은 축소되기 마련이다. 저작물은 아무 것도 없는 무(無)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과거 인류의 문화 유산을 토대로 창작된 것이고, 인류 공통의 문화적 재산이므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 의해 널리 이용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신 하에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자의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법이 정한 예외에 해당하면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저작물의 자유이용’을 규정, 저작권자와 일반 대중 사이의 이익 균형을 꾀하고 있다.
가정과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 개인적인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복제·사용하는 것은 저작물의 자유이용에 해당돼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법 101조의3 1항 4호). 여기서 유의할 점은 ‘영리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복제·사용하는 것은 설사 그 장소가 집 등으로 한정돼 있더라도 자유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학생이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 집 PC에 유료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공짜로 사용하는 것은 자유이용이라 하겠으나, 작가가 집에서 글을 쓰기 위한 경우 혹은 직장인이 집에서 회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PC에 유료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공짜로 사용하는 경우 등은 ‘영리 목적’이 있으므로 자유이용이라 볼 수 없고, 저작권 침해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관련하여 처음에는 무료 프로그램이어서 자유롭게 다운받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버전이 바뀌면서 나중에 유료 프로그램으로 전환된 경우에도 자유이용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경우는 ‘영리 목적’이 있으므로 프로그램의 자유이용을 주장할 수는 없으나, 사실관계에 따라 자유이용으로서의 일시적 복제(법 35조의2) 또는 공정이용(법 35조의3)에 해당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유사한 사안에서 “유료버전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뒤 PC에 설치한 행위는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범위에 속하므로 저작권(복제권) 침해가 아니고, 유료버전이 실행될 때 PC의 메모리에 복제되는 것은 프로그램의 속성상 불가피한 일시적 복제(법 제35조의2)에 해당해 역시 복제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15다1017 판결). 단 위 판례의 사안은 유료버전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 시점에 라이선스 계약 동의 여부를 묻지 않은 경우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만약 유료버전 프로그램 다운로드시 팝업창 등을 띄워 라이선스 계약 동의 여부를 묻고, 이에 동의한 후에도 유료버전 프로그램을 공짜로 사용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유료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사용하더라도 항상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저작권법이 규정한 자유이용에 해당돼 면책될 수 있다. 그러나 자유이용은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라는 원칙의 ‘예외’이므로 좁게 인정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프로그램 역시 책이나 영화와 같은 저작물이므로 제값을 치르고 정정당당하게 이용하는 것이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상식이라 하겠다. <이해원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