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은행들은 알리페이와의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사인 ‘위쳇페이’와 제휴해 우회전략을 펼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페이와 결제 정산 서비스 협약을 맺은 신한·우리은행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을 이유로 정식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알리페이와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한국 알리페이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며 “사드 이슈 때문에 사실상 알리페이측도 ‘소강’ 상태로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협약식 이후 1년이 다 돼가지만 알리페이 서비스 도입에 대한 내용과 조건을 아직 협의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KEB하나은행이 2015년 알리페이와 최초로 결제 정산 대행 서비스를 출시, 시장을 선점하자 잇따라 알리페이에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은행들은 이와 관련된 수수료 수익을 크게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서비스는 중국인 관광객이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은행이 해당 가맹점에 먼저 정산해주고, 알리페이에서 위안화로 정산 금액을 돌려받는 구조다. 그러나 올 2월 알리페이 한국 대표가 바뀌고,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국내 은행들이 추진하던 알리페이 결제 정산 사업까지 소원해졌다.
다행히 두 은행은 알리페이와의 계약이 미뤄지자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텐센트와 제휴해 ‘위챗페이’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위챗페이 서비스는 알리페이와 결제 방식은 비슷하지만, 중국 시장점유율이 26%에 불과하다. 알리페이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중국인 관광객 축소로 당초 은행들의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알리페이와의 협약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자회사인 제주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제주은행을 이용해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알리페이 결제 정산 수수료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계약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자회사까지 동원했던 지급결제 사업도 좌절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들은 사드 여파라는 복병으로 중국과의 결제 서비스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어 억울한 심정이다. 다행히 KEB하나은행만 2015년 알리페이와 손잡고 은행권 최초로 정산 결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어부지리로 2년간 알리페이와의 계약이 KEB하나은행 독점이 되면서 시장 선점까지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비밀 유지 조항으로 인해 정확한 숫자를 말할 순 없지만 명동 등 중국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 대부분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기대보다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