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앞으로 은행에 줄을 서는 일은 없을까? 한국·중국·인도가 디지털 온니(digital only·디지털전용) 혁명을 맞이했다”며 한국에서 지난 3일 디지털전용 은행이 처음으로 도입됐다고 소개했다.
이날 출범한 한국 K뱅크는 오프라인 지점없이 은행계좌 개설부터 대출까지 전부 인터넷으로 진행된다. 매체에 따르면 K뱅크의 출현은 디지털전용 은행에 대한 늘어나는 아시아의 관심을 반영하는 가장 최근의 사건이다.
중국에서는 3대 인터넷기업이 디지털뱅킹 부문에서 겨루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는 올해 초 중신은행과 협력해 온라인전용 바이신뱅크(Baixin Bank)를 설립하며 디지털뱅킹에 뛰어들었다. 텐센트가 설립한 중국 최초 디지털전용 은행 위뱅크(WeBank)와 알리바바 산하 앤트파이낸셜에서 출범한 마이뱅크(MYbank)는 일찌감치 대출과 투자상품 등을 두고 온라인 상에서 경쟁하고 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동닷컴도 지난 2월 당국으로부터 은행업 허가를 받고 기존은행과 협력해 온라인과 모바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 카카오톡도 곧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용하는 카카오뱅크를 내놓을 예정이다.
인도에서는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 지난해 첫 모바일전용 은행 ‘디지뱅크(Digibank)’를 내놨다.
오프라인 지점없이 시작한 디지뱅크는 출범 10개월만에 84만 명이 계좌를 만들었다. 디지뱅크의 수장 올리비에 크레스핀은 이달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만약 오프라인 지점을 내서 영업을 시작했다면 100만 명의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돈, 150~200개의 지점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최초 디지털전용은행 TIMO는 중위연령이 30세로 젊은 베트남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률이 높고 유행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를 주 공략층으로 잡았다. 클로드 스피스 TIMO 창립자는 “우리는 은행서비스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고 말했다.
은행업 분석가 크리스 스키너는 “아시아는 디지털전용 은행의 시대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기반 컨설팅업체 i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액은 5조 5000억 달러(약 6185조 원)로 미국의 1120억 달러(약 126조원)와 비교되지 않는 수준이다.
아시아 고객의 수요도 충분하다. 맥킨지에 따르면 2014년 아시아 지역 선진국 은행고객의 3분의 2 이상은 스마트폰으로 은행업무를 처리했으며 신흥국에서도 4명중 1명꼴로 온라인뱅킹을 이용했다.
또한 디지털뱅킹은 각종 수수료 때문에 은행에 접근하지 못했던 아시아 빈곤계층을 도울 수도 있다. 회계자문기업 KPMG는 동남아시아 인구중 27%만이 은행 계좌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 아시아에서 영업중인 디지털은행은 모두 오프라인 영업 비용 절감을 통해 각종 송금 수수료가 없다는 점을 자랑한다. 이러한 디지털은행들은 은행계좌가 없는 약 4억 4000만 명 동남아 인구에 값싼 금융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라 특성상 디지털뱅킹이 유용한 경우도 있다. 인도네시아 의회는 1만 7000여 개의 섬에 흩어진 국민들이 모두 은행업무를 볼 수 있도록 디지털뱅킹 도입을 위한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한편, 기존의 시중 은행들도 각종 온라인·모바일전용 금융서비스와 앱을 내놓으며 디지털 흐름을 따르는 추세다.
매체는 그럼에도 디지털전용 은행만의 특수성이 경쟁력이 있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셀렌트는 디지털전용은행이 오프라인 지점운영이 없는 데 따른 비용 절감을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도입하고 주로 스마트폰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자료를 수집해 맞춤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