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중국의 보험 중개인인 장 통 씨는 단 한 푼의 현금도 없이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면 요리를 점심 메뉴로 선택한 그녀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함으로써 결제를 완료했다. 그녀는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슈퍼마켓을 갈 때도 이같은 모바일 결제를 사용한다. 장 씨는 “솔직히 요즘에는 지갑 없이 집을 나서는 게 버릇이 됐다”며 “카드 한 장만 폰케이스에 넣어 가지고 나가곤 했었는데, 이젠 그나마도 필요 없어 졌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ST)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발표된 베이징 신문의 설문 조사 결과 70%의 응답자가 장 씨처럼 ‘현금 없이 집을 나서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중국은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관영 중국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를 이용한 이용한 사람은 4억 6900만 명으로, 2015년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의 약 3분의 2에 달한다.
중국 빅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액은 12조 위안에서 200% 이상 증가해 38조 6000억 위안(약 6300조 원)까지 늘어났다.
△인도
인도인들은 여전히 현금을 사용해 지불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갑작스레 시행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화폐개혁으로 현금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인도인들은 반강제적으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게 됐다. 지크루르 라흐만 씨는 “(전자지갑 앱인) 페이티엠(Paytm)이 프리페이드폰 요금 결제나 소액 결제 등에는 편리하다는 것을 알겠다. 그러나 다른 경우에는 결국 현금을 사용하게 된다. 카드는 수수료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 차라리 은행을 찾아 현금을 인출하는 게 더 편하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2014년부터 인도를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더 많은 교육과 계도 프로그램이 선행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시골에는 은행 및 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해 이러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꿈도 못꾸는 경우가 많다.
인도 지불수단협의회 나빈 수르야 회장은 “인도에서는 소매업 지불의 85%가 여전히 현금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여전히 많은 인도인들이 디지털 거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디지털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교육을 제공해 그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지불의 약 20%만이 현금으로 이뤄지고 있어,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지불에 있어 신용카드와 전자결제, 모바일 앱 등의 사용 비율이 높아 2020년께에는 완전히 ‘현금없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2015년 금융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한국의 핀테크 산업은 부흥을 맞고 있다. 인터넷 거대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모바일 페이 시스템에 투자하면서 사용 인구도 크게 늘었다. 네이버페이는 사용자가 1600만 명 이상이며, 카카오페이는 1400만 명 가량이다. 간편 송금 앱인 토스도 2015년 런칭 이후 600만 회 이상 다운로드 되며 30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 이상의 금액이 이 시스템을 통해 송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규 모델에는 삼성페이가 기본 앱으로 설치돼 출시되고 있다.
△ 일본
2004년부터 일찌감치 전자지갑이 도입되기 시작한 일본에서는 소니가 개발한 펠리카가 교통카드인 스이카와 파스모에 탑재돼 널리 쓰이고 있다. 또한 애플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 등의 사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소비자신용협회의 최근 자료를 보면 일본인들은 여전히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일본의 전체 소매 소비의 17%만이 현금이 아닌 수단으로 결제됐다. 이는 한국의 85%, 싱가포르의 56%, 인도의 35%보다도 훨씬 낮은 편이다. 메이지 야스다(明治安田) 생명보험사의 작년 8월 조사 결과에서도 연령대를 불문하고 일본인의 약 70%는 여전히 현금을 결제 수단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본인들의 이러한 성향에 대해 오랜 경제적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일본인들이 과소비와 부채 증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전자결제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낮은 범죄율로 인해 현금을 들고다니는 것에 대해 안전하다고 느끼는 일본인들은 오히려 사이버 보안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그들은 설명했다.
△ 싱가포르
싱가포르에서도 전자결제는 인기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 회계기업 KPMG의 조사 결과 2015년 싱가포르 소비자들의 결제는 60%가 현금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존재해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어떤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서치 기업 프로스트&설리반의 쿠아 메이 리는 “예컨대 모바일 페이를 사용하는데 있어 거래를 마치기까지 결제·마일리지·영수증·신분 증명 등 여러가지 어플리케이션과 씨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 결제에 있어 또다른 장벽은 최소 10~20싱가포르 달러(약 8000~1만 6000원) 이상은 사용해야 한다는 최소 거래금액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ATM과 수표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소비자들이 쉽사리 현금을 만질 수 있는 것도 전자 결제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이유다. 상인들도 현금을 받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 필리핀
필리핀에서도 아직은 역시 현금이 왕이다. 1억 200만의 필리핀 인구 중 절반 가량은 이미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10명 중 1명 만이 온라인 송금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 매달 740억 달러(약 83조 원)에 달하는 은행의 지불 금액 중 겨우 1% 수준인 7억 4000만 달러(약 8300억 원)만이 전자 결제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스마트폰 시장인 만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4000만 명 수준인 필리핀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2021년이면 9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태국
태국 정부는 송금 수수료를 줄이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페이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지난 1월 은행간 전자 송금 시스템을 런칭했다. 일명 ‘프롬프트페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5000바트(약 16만 원) 이하의 금액에 대해 타행 송금 수수료를 기존의 25바트에서 무료로 바꿨다.
태국에서는 3대 통신사가 전자 결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통신사 트루무브는 전자결제시스템 트루머니를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트루머니는 태국 내 미얀마 이주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받은 월급을 실시간으로 본국에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 인도네시아
동남아 최대 경제 규모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전자 결제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독일의 조사 업체 스태티스카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 1억 350만 명이 올해 안에 스마트폰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시장 매출액은 46억 1000만 달러(약 5조 원)에서 지난해 56억 5000만 달러(약 6조 3000억 원)까지 증가했다. 2019년에는 103억 4000만 달러(약 11조 6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자상거래 활성화는 핀테크 업체에도 붐을 가져와 현재 약 150개 핀테크 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불과 3년 전만해도 50개 이하였던 것을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31개 고속도로는 올해 말에는 더이상 현금으로 톨게이트비를 받지 않게 된다. 은행들도 쇼핑 시 현금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해마다 9%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자상거래 업계의 수익은 8억 9400만 달러(약 1조 원)에 달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금 거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말레이시아인 4분의 3은 모바일 페이가 안전하지 않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닐슨의 조사 결과 나타났다.
△ 홍콩
홍콩에서는 식료품 상점·카페·레스토랑 등 대부분 소매 업체들이 교통카드 겸 전자화폐인 ‘옥토퍼스 카드’나 모바일 결제, 신용카드 등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옥토퍼스 카드의 인기는 매우 높아 차이나데일리의 지난 9월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매일 옥토퍼스 카드로 1억 7300만 홍콩달러(약 250억 원)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기업 스테이스타의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에서 디지털 결제로 소비되는 금액은 올해 약 138억 5000만 달러(약 15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6%의 연간성장률을 감안하면 2021년에는 251억 달러(약 28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