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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 “그림은 즐겁고 자유로워야...시류에 편승하는 작업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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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7. 02. 17. 16:01

학고재갤러리서 회고전...40년 작품세계 망라한 50여점 선보여
오세열
오세열(72) 작가가 학고재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제공=학고재갤러리
어린아이 낙서 같이 순수하고, 독특하다. 1부터 10까지의 숫자가 반복되면서 화면을 가득 채운 모습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작품 속에 간간이 등장하는 조개껍질과 단추, 터져버린 풍선 조각, 치간 칫솔, 일회용 포크 등의 오브제에서는 인간미와 위트가 넘친다.

17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만난 오세열(72)의 작품들은 이처럼 독특한 개성과 순수한 상상력으로 가득 했다. 70대 화가의 작품이라기엔 너무도 젊다.

오세열은 사실 뒤늦게 주목 받은 화가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등 해외에서 잇달아 개인전을 열며 극찬 받았다. 또한 키아프, 상하이아트021 등 국제 아트페어에서도 콜렉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학고재갤러리는 이러한 오세열을 재조명하기 위해 그의 작품세계 40년을 망라한 전시 ‘오세열: 암시적 기호학’을 오는 22일부터 연다. 그의 1960년대 구작부터 최신작까지 50여 점이 소개된다.

오세열 작품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요소는 ‘숫자’다. 1에서 출발해 10까지, 혹은 8부터 역순으로 나열된 숫자들은 화면을 가득 메우는 시각적 요소들로 활용된다.

이에 관해 오세열은 “세상에 태어나 좋은 싫든 평생 숫자와의 싸움을 한다”며 숫자의 노예가 된 우리의 삶에 관해 얘기했다.


무제 Untitled, 1996, 혼합매체 Mixed media, 145x209cm
오세열의 ‘무제’(1996 혼합매체 145x209cm)./제공=학고재갤러리
또한 그의 작품에는 눈만 있다든지, 팔이나 다리가 없는 사람의 형상이 등장한다.

작가는 “현대인은 돈이나 외형적인 것에 많이 치중하는데, 음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6.25 전쟁을 경험한 그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박약한 사람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애틋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갤러리 관계자는 설명했다.

작가는 화폭 안의 인물들 주위로 단추, 장난감 따위의 천진한 오브제를 늘어놓거나, 낙서 같은 기호들을 새겨놓았다. 이는 쓸쓸한 인물을 따듯하게 포용하고, 감싸 안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오세열은 다작을 하는 화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업과정은 상당히 지난하며, 노동집약적이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기름기를 뺀 유화 물감을 여러 번 덧발라 두꺼운 바탕을 마련한 뒤, 면도날이나 칼, 이쑤시개 등으로 표면을 긁어내며 이미지를 만든다. 캔버스를 자신의 몸이라 여기는 작가는 이러한 과정이 마치 “내 몸을 깎아내고 상처를 내는 수행을 하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그렇게 물감을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하면 결국에는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는 색들도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 시점이 작가가 자신의 솔직한 내면과 마주하는 순간이다.

작업과정은 ‘수행’ 같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작업 자체를 매우 즐긴다.

“그림을 즐겁고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림은 기술이 아니죠. 제 작품은 처음 제가 생각한 이미지와 전혀 상관없는 결과가 나옵니다. 때문에 저 자신도 굉장히 기대가 되고 궁금하지요.”

오세열은 특히 자신의 그림은 “단색화가 아니다”며 “시류에 편승하는 작업은 싫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보는 사람도 ‘재밌다’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내 나이와 반비례하는 작품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내달 26일까지.


무제 Untitled, 2016, 혼합매체 Mixed media, 100x80cm
오세열의 ‘무제’(2016 혼합매체 100x80cm)./제공=학고재갤러리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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