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는 26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담에서 동유럽 지역의 신규 병력 파견을 결의했다. 지난 7월 4개 대대, 4000명의 병력 파견을 결정했던 것에 이은 추가 파병안이다.
미국은 폴란드에 1개 대대를 이끌 900명 규모의 특수임무부대를 배치할 예정이다. 부대가 위치한 오지즈 훈련장은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와 인접한 곳으로,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는 지역이다. 미국은 며칠 전에도 노르웨이에 330명의 자국 해병대원이 내년부터 순환주둔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둔지인 베르네스 역시 러시아 국경과 멀지 않다.
젠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군사력 증강과 관련해 “러시아가 이웃국가들에게 군사력을 이용해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조지아와 크림반도 불법 합병, 그리고 지속되고 있는 동부 우크라이나 불안정에서 (군사력 이용을) 봐왔다”며 “그러므로 나토는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의 군사력 증강은 시리아 내전을 두고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파견할 것으로 보이는 함대를 스페인에 정박시켜 연료를 보급받으려 하자 나토가 즉각 항의해 이 계획은 취소됐다.
|
우크라이나 내전이 발발하면 러시아와 나토가 개입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16일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 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지휘관 아르센 파블로프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죽음을 당했다. 미국 모닝뉴스USA에 따르면 그는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목숨을 위협받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마찰로 내전이 발생하면 러시아와 나토가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내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러시아와 미국이 속한 나토와의 이 같은 관계 악화는 3차 세계대전 촉발의 우려까지 갖게한다. 게다가 러시아는 자국 국민들을 상대로 최대 규모의 전쟁 준비 훈련까지 감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24일 러시아가 미국과의 마찰이 계속되는 가운데 핵전쟁 생존계획을 준비하며 구소련 시절 이후 방치했던 민방위 훈련을 시행하고 방공호를 업그레이드 했다고 전했다.
4일간 진행된 민방위 훈련에는 총 4000만 명이 동원됐다. 여기엔 20만 명 이상의 특별구조팀과 5만 개의 장비 등이 포함됐다. 화학물질과 핵 위협에 대한 대응훈련으로 구소련 붕괴 이후의 최대 규모다. 러시아 비상사태부의 안드레이 미스첸코 차관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시민들을 100% 대피시키기 위해 모스크바 지하 공간에 물자를 비축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의 이 같은 전쟁 긴장감 조성은 자국 국민들을 겁주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경제 침체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어 국민들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즉 미디어를 통해 “오직 푸틴 정권만이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당신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시도가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길 바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을 겁주어 미국 정부가 시리아 내전에서 발을 빼도록 만들려는 시도로, 이에 곧 다가올 미 대선은 러시아 정부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러시아는 지난 여름 발생한 미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지도부 인사들의 이메일 유출 사건 배후로 지목되면서 미국 대선개입 의혹을 샀다.
러시아 비영리 여론기관 레바다첸트로의 레프 구드코프 소장은 핵전쟁 위협은 국민들을 얌전하고 무비판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3차 세계 대전이 시작됐다고 믿지만 현재는 전쟁이 일어날 수도 혹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냉전단계에 있다”며 “전쟁이 나면 사람들은 자국의 정권을 지지하게 된다”고 말했다.